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난 베르나르의 광팬이라 할 만 하다. 개미를 처음 읽고나서 엄청난 충격을 받고 한동안 땅바닥에 개미만 관찰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 이후 그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 읽었고, 제3인류는 후속편이 늦게나와 읽기가 끊겼지만 거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다. 그리고 마침내 또 그의 작품이 나왔다.

나는 꿈을 매일 꾼다. 아니 매일 꾼 꿈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어릴때부터였고 모든 꿈은 칼라였으며 그리고 초등학교때는 자각몽도 꿨었다. 꿈 속에서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가령 꿈을 꾸는데 나를 괴롭히는 같은 반 남학생이 나를 쫓아오면 나는 잠에서 깨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주고 눈을 꼭 감는다. 그러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그것이 자각몽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난 지금 그 경험을 간절히 원한다.

꿈은 내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조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난 내 이가 빠지는 꿈을 꿨다. 두 분 다. 그 외에 현실을 암시하는 꿈을 여러차례 꿨다. 매일 꿈을 선명히 기억하고 꿈때문에 행복한 기분과 슬픔을 느끼다보면 꿈을 무시하며 살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특별히 내게 더 마침맞은 책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내게 환타지가 아니다. 꿈 안내서 라고나 할까? 내 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 꿈이 현실에서 의미 있으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꿈의 단계, 역설수면, 자각몽, 꿈 속에서의 니르바나, 그리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클라인의 병. 모든 것들이 내게 엄청난 지적 쾌감을 준다. 그래. 베르나르베르베르는 내가 한 때 결혼하고 싶었을만큼 엄청나게 지적으로 섹시한 존재였지. 사피오섹슈얼인 나에게 또 한 번 그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20년 전의 나, 혹은 20년 후의 나를 꿈에서 만날 수 있다면 난 어떤 말을 건넬것인가. 그것은 물질적인 질문일까 영적인 질문일까. "엄마가 위험해! 말레이시아로 당장 떠나!" 는 아닐지라도 "네 삶이 위태로워! 서점으로 당장 떠나!" 라고는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