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6월초이고 이 책을 다 읽은 것은 4월 초 쯤이다. 언제 다 읽었는지 기록해 두지 않아서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그 쯤이다. 즉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요즘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전에 했던 말이나 경험들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조금 전 잠깐 단편 들의 제목을 훑어 보았는데 마치 영화를 여러 편 본 듯 장면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것은 나의 독서 능력 이라기 보다 작가의 힘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영상을 보듯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능력. 그것이 독자의 기억에 스미게 하는 능력. 내가 오쿠다 히데오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고구마 100개를 한꺼번에 먹은 듯 속이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때가 있다. 이야기 속에는 뻔뻔한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함께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꿔버리는 인간이나, 모든 사실을 알고있는 엄마를 상대로 남자친구와의 하룻밤을 필사적으로 속이려는 사춘기의 딸, 히치하이킹을 한 주제에 서슴없이 아내를 성적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 젊은이 등등. 끝이 해학적으로, 한 마디로 좋게 좋게 끝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책을 집어 던진 적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결국에 작품이 좋다, 아 좋다, 하고 책을 내려놓게 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 군상에서 내 모습이 겹치기 때문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나는 이 단편집에서 눈물나게 좋았던 편이 있다. '여름의 앨범' 

 한 소년의 눈으로 어른의 죽음과 여름과 남겨진 사촌들과 두 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늘 초등학교 시절을 그리워 하듯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 풍경과 순수한 마음과 그리고 작은 것에 기뻐할 줄 아는 순수한 성취감. 마지막 장면에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매미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우는 장면은 영상지원과 음성지원이 동시에 되며 엄마가 된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눈물샘이 터졌다.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지 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자고 있는 내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 본 것도 같다. 책을 보며 느낀 '사랑' 의 감정을 오래 오래 기억하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늘 이작가에게 감사하며 글을 읽고 있다. 따뜻함과 웃음과 사는 재미를 이렇게 확실하게 주기도 힘든데 그 작가는 그 어려운 일을 늘 해내고 있다.

 

 작가님, 이번 책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