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스리슬쩍 나의 노동을 훔쳐가 그것으로 자기 배를 채우고 있구나.
나는 일에 찌들어 있다. '번 아웃' . 왜 나는 이렇게 싫은 일을 하며 시간을 버리고 삶을 낭비하고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철학박사 '강신주'의 추천도서인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 제목부터 요지가 확실하다.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예로써 사용되어져 닳고 있는 나 자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하나의 권리. 게으를 권리.
소유계급은 그들의 과도한 소비를 위해 과도한 생산을 해내는 일중독의 노동자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노동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고 그것을 또한 의미 없이 소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소모되어간다.
나는 소유계급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댓가를 받는 노동자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위치에서 벗어나고싶어 발버둥치는 깨어있는 노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단지 게으르면 되는 것 뿐인데 그러한 권리가 있지만 막상 실천할 용기는 없다. 그렇게 나의 게으를 권리를 주장했을 때 맞닥뜨리게 될 현실의 빈곤이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 될지 안될지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임에도.
방법은 알겠다. 그들을 적당히 이용하면 되는 것 이겠지. 적당한 노동의 제공, 그리고 생활을 영위해나갈 만큼의 임금. 그것으로 만족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욕심이 많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코뮌에서의 생활을 갈망하지만 주식을 통해 돈을 벌고자 매일 공부하는 이율배반의 모습...
죽어라 노예가 되기 위해,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조금은 애잔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최고급 노예.
본인이 노예임을 자각하고 있는 것과, 본인이 노예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그 차이를 인지하는 자로서의 자만심.
이제 노예는 그만해야 할텐데...
자본의 노예인 것이 문제구나. 그래서 난 게으를 수 있는 나의 권리조차 포기하고 사는구나...
또 다시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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