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지식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내용으로부터 소설 한 편을 읽고 나서 줏어 담은 잡다한 알거리들이 은근히 만족도를 높여주는 이언 매큐언의 [이런사랑]은 주인공 조와 클라리사가 패리라는 정신병 환자로 인해 어이없는 고초를 겪게 되면서 그들의 신뢰에 안타까운 치명적갈등이 발생되는 단순한 스토리이다.

황당하지만 생각하게 만들고 인간의 집착에 대한 두려움을 인지하게 만드는 소설.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라는 병명에 대해서 이언 매큐언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소설의 소재를 정하게 된 이언 매큐언의 이야기도 궁금해지게 만드는 독특한 소재의 소설을 한 편 만났다.
인간의 심리적인 향방.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한 사람의 사고 구조가 어떤 식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어 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지 적나나하게 전개되어지는 이 소설속엔 이성적인 물리학자이자 저명한 과학전문 저술가인 주인공 조의 처신에 대한 논쟁거리가 이어질 듯 하다.

아무리 둘만의 견고한 사랑일지라도 환경적인 공격이 지속되어진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평범한 일상에 뛰어든 집요하고 끈질긴 "침입자"가 선사하는 혼란스런 비정상적인 위협들로부터 조와 클라리사는 튼튼한 방어막을 지켜내는 일에 몹시 힘겨워한다. 힘을 보태어 그 공격을 막아내기 보다 오히려 그들간의 묘한 균열에 고민하고 파경의 위기를 걱정할 지경이 되도록 무너져버린다.

대비 되어지지 않았던 갑작스런 불청객의 존재.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란 질병의 환자가 연출해내는 지독한 어거지 러브스토리에 실제로 엮이게 되는 불상사를 당하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만큼 조와 클라리사의 패리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설속에서 가장 돕고 싶은 인물은 주인공 "조"이다.
사랑하는 파트너로 부터 지지를 잃고서 지속되어진 지루한 패리와의 싸움.
공공기관의 냉담한 반응 뿐 도움조차 구할 길 없는 막막함.
"조"는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라는 병명까지 알아내기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이지만
패리와의 투쟁을 지켜보는 주변인의 시선은 어이없게 "조"를 외면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이었기에 총기까지 구입을 하게 되는 "조".
결국 숨통 조이는 외로운 싸움을 독차지하게 되는데 그의 연인 클라리사를 패리로 부터 지켜낸다는 다행스런 결말은 충족되었지만 조와 클라리사간의 보이지않는 "사랑의 상처"는 고스란히 지고 가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초래된다.

사랑은 치유력이 있으니 물론 조와 클라리사도 극한 고비를 함께 겪은 연인답게 잘 이겨냈을거라 믿는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패리의 흉물스런 사랑을 대적해 이겨낸 가여운 "조"가 제대로 칭찬 받지 못한다는 점이랄까. 극한 상황속에서 현명하게 대처한 훌륭한 "조"에 대한 밋밋한 클라리사의 야박한 반응이 조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