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책은 고전의 소중함은 물론, 문학의 풍요로움과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유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탁월함까지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 산문집이다.

 

유희의 글 ‘세상 사는 맛’을 들여다보면, ‘세상맛이 쓴 것은 제 입맛이 쓴 것이요, 세상맛이 단 것은 제 입맛이 단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씀바귀가 쓰지만 오히려 냉이처럼 편안히 즐기는 자도 있다…단 것은 내 복이요, 쓰고 매운 것은 나의 분수이다.’라며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선비의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반면에 시골 가난한 선비의 글인 ‘돗자리를 짜다’에서는 ‘자리 짜는 일을 특히 천하게 여겨서 빈궁하고 늙은 사람이 마지막에 하는 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는 하나 주어진 분수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을 느닷없이 비난하고 비웃을 일만은 아니다…이 일을 하여 내게 보탬이 되는 것은 다섯 가지다. 일하지 않고 밥만 축내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일없이 괜한 출입을 삼가는 것이 두 번째, 한여름에도 찌는 듯한 더위와 땀이 나는 것을 잊고, 대낮에도 곤한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세 번째, 시름과 걱정에 마음을 쏟지 않고, 긴요하지 않은 잡담을 나눌 겨를이 없는 것이 네 번째, 자리를 만들어 품질이 좋은 것으로는 늙은 어머니를 편안하게 모실 수 있고, 거친 것으로는 내 몸과 처자식이 깔 수 있다. 또 어린 계집종들도 맨바닥에서 자는 것을 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나머지로는 나처럼 빈궁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다섯 번째이다.’

이런 선비들의 각자의 품성대로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지만 어떤 표현이 잘 설명하는 것인지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잘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매우 재밌고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양서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천년을 두고 선조들의 생각과 글을 앉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만을 생각해보아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이렇게 좋은 글들을 모으고 발췌하고 글에 대한 쉽고도 좋은 설명까지 곁들여 마치 우리 시대의 수필을 읽는 듯 너무나 편하게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저자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또 잘 읽히지 않는 글의 원문들은 책 뒤편으로 빼놓아서 글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면도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가을을 맞이하여 가까운 산이나 들에 나갈 때 이 책을 함께하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