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스릴러소설을 가장 좋아하지만 가끔은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인간미 넘치는 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조금씩 다가오는 가을에 어울리는 신작 '츠바키 문구점'의 소개글을 읽으며 그런 감성을 전해 줄 책이라 느껴졌고 이 작품의 작가님이 읽고 싶었던 작품의 동일작가인 오가와 이토라는것을 알게 된 순간 더욱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가마쿠라에는 선대부터 대대로 대필업을 해온 츠바키 문구점이 있다. 간단한 문구류만 판매하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샤프는 절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츠바키 문구점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연하장의 대필을 부탁하거나 마음을 대신 전해주길 바라며 사연을 가지고 방문한다. 이전에 문구점을 지키던 할머니가 부재하면서 해외를 떠돌던 손녀 하토코는 할머니를 이어 11대 대필가가 된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에게 엄격한 글씨수업을 받으며 자라온 하토코는 시대와 맞지 않는 대필업의 운명을 저주하며 급기야 할머니에게 반항하는 청소년시기를 보낸 후 집을 떠난다. 떠나있는 동안 그녀의 삶에서 글씨 쓰는 재능은 꽤 많은 힘과 도움으로 되돌오기도 하였는데...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낸 가마쿠라로 다시 돌아온 그녀는 다정하고 정감있는 이웃들에 둘러싸여 조심스럽게 츠바키 문구점에서 대필을 시작한다.

대필이라는 것이 단순히 글자를 써주는 것이 아니라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잘 전달해야하니 생각할 게 많아진다. 의뢰인을 여러 번 떠올려보며 어떤 문장과 분위기가 어울릴지 생각해보고 사용할 붓과 종이의 종류 그리고 잉크 색상과 묵의 흐린정도는 어떻게, 겉면에 붙이는 우표그림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한다. 또한 정성스럽게 완성한 서문은 봉투를 봉하지 않고 맑은 정신인 아침에 다시 읽어보며 점검한 다음 보낸다. 그렇게 하나의 사연을 보낼 때마다 하토코는 조금씩 더 신중과 정성을 담아간다. 

조의를 표하는 마음을 보내거나 오래전 헤어진 첫 사랑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거나 오랜 시간이 흘러 이혼을 결정한 부부가 자신들을 축복해 준 사람들에게 이혼소식을 알려달라거나 아버지의 편지를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의 마음을 대필해달라고도 한다. 여름으로 시작한 츠바키 문구점은 가을, 겨울, 봄이 지나가는 동안 여러 사연들이 찾아오고 하토코도 대필의 이유와 심정을 깨달으며 점점 대필이 좋아진다.

그러던 중 할머니와 자신의 어머니가 펜팔친구였다며 이탈리아에서 한 청년이 방문한다. 그가 전해준 할머니의 편지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할머니의 모습과 그 안에 가득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할머니의 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편지를 써보는데... 되돌릴 수 없는 후회가 남지만 가마쿠라의 츠바키 문구점의 하토코는 정겨운 이웃사람들과 교감하며 행복을 찾아간다.      

나무의 질감을 주는 양장본의 표지는 제목과 내용에 잘 어울렸고 예뻤다. 대필업무에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는 문방사우( 붓, 먹, 종이, 벼루)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전해주고 기본적인 문구 밖에 없다는 츠바키 문구점이라지만 어린 시절 나에게는 많은 것이 가능했던 문구점의 추억이 떠올라 정겨웠다. 예상했던 대로 따뜻함 감정을 전해주었고 읽고나니 기분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