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미스터리의 대가 미쓰다 신조 작가님을 처음 만난 건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의 섬뜩한 제목에 이끌려서였다. 하지만 읽을수록 괴이한 현상들에 의문만 쌓이다 결국에 마무리하지 못한 채 덮어버리고는 그대로 멀어져버렸다. 공포가 그리운 어느 날 '노조키메'를 읽고나니 누가 자꾸 쳐다보는 것 같다는 리뷰를 보고 다시 미쓰다 신조를 만날 준비를 하였고 오싹하고 괴이한 현상들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그가 대가인 이유와 방향을 바꾸어 마주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미쓰다 신조의 신작 '괴담의 테이프'는 그의 면모를 알 수 있는 괴이하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로 가득했다. 자살을 앞둔 사람이 녹음해 둔 테이프에서 들려오는 마지막 순간의 음성, 검은 형체의 누군가가 자꾸 따라 붙는 느낌, 노란 우비를 입고 말 없이 바라보던 여자의 뻥 뚫어진 눈...공포에 강하지 않은 편이라 상상하며 읽다보니 으스스해졌고 글로 전해받는 공포심은 색달랐다.

전작에서도 보았던 방식으로 작품 속에는 작가님과 동명의 미쓰다 작가가 등장한다. 자신이 연재했던 여섯 편의 단편들을 모아 '괴담의 테이프'를 출간할 계획으로 편집자와 의견을 나누던 중 편집자는 자신이 겪었던 오싹한 이야기를 중간마다 넣어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하여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괴담의 테이프' 는 출판된 경위와 진행과정을 서장- 막간(1)-막간(2)-종장을 통해 전해주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소설 속 이야기인지 실제 이야기인지 애매하게 만드는 기분을 들게한다.

단편의 제목은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빈집을 지키던 밤', '우연히 모인 네사람', '시체와 잠들지 마라', '기우메:노란 우비의 여자',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일상적으로 경험하거나 상상하기 힘든 미스터리한 경험들과 존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작품 속 괴이한 이야기만큼이나 괴이한 현상을 만난 편집자까지... 

여름엔 오싹한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공식처럼 여름에 잘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생각되며 단편이었기에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노란 우비를 입고 무너진 얼굴로 멀찍이 웃고 있는 표지 속 소녀의 눈은 책을 다 읽고나니 앞으로 절대 마주보고 싶지 않아진다. 이런 괴담을 찾아내고 만들어간다는 미쓰다 신조만의 독창성이 놀라웠고 글이 주는 괴이함이 신기해 작가님의 작품이 좀 더 알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