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백','너의 이름은'의 제작자이면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저자인 가와무라 겐키의 세번째 소설 '4월이 되면 그녀는...'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들의 감성이 좋았고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기발함을 기억하고 있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내용을 건네줄지 기대되었다.

이번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뜨거운 연인의 사랑이 아닌 살짝 감흥이 사라진 그쯤에 위치해 있는 사랑에서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내용의 기발함보다는 그 의미를 전달해가는 구성의 기발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대학시절 사진부 동아리에서 만나 연인이 된 후지시로와 하루는 함께 사진을 찍으며 행복했고 사랑했다.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후지시로의 옆에는 하루가 아닌 야오이가 함께하며 둘은 일년 뒤 4월 결혼할 예정이다. 후지시로와 하루, 후지시로와 야오이...시간의 흐름도 있고 서로 다른 상대이지만 그 사이 후지시로가 사랑을 대하는 차이는 있어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9년 전의 그녀 하루에게서 뜬금없이 편지가 도착한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호수의 풍경과 그와 함께한 시절의 추억을 전하던 그녀는 다시 체코에서, 아이슬란드에서 소식을 전해온다. 갑자기 만난 하루의 편지는 아련하고 풋풋했으며 나보다 더 사랑하던 존재와의 싱그러웠던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현재의 사랑과 주변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랑하고 연인이 되어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어느 새 무덤덤하게 지내는 후지시로와 야오이. 결혼하면 사랑이 정으로 변한다지만 지금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어떠한지 물어보고 확인하기도 살짝 두렵다. 하루의 편지를 만나는 동안 다가온 둘의 결혼식을 앞두고...야오이는 편지만을 남기고 사라지고 후지시로는 자신은 읽지못했던 하루의 마지막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결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랑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말해줄 수 도 없을 뿐더러 어느 순간 갑자기 모양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가 편지에서 전하듯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진 건 지극히 짧은 한 순간의 찰나일지라도 그 한순간을 공유할 수 있었던 사람만이 변해가는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p 258) '

4월이 되면 그녀는....사이먼과 가펑클의 "April come she will" 의 노래제목으로 사진 동아리 오시마 선배가 하루에게 불러주었던 노래다. 찾아 들어본 감미로운 노래는 4월에 만난 그녀와 사랑하고 떠나가고 추억함을 이야기하는 가사로 책 속의 이야기와 닮아있었다. 리뷰를 쓰면서 다시금 되짚어보니 하나씩 세세하게 전해져오는 게 많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