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프라우...이 단어는 가정주부, 기혼여성을 뜻하는 독일어로 이 책의 주인공 안나가 바로 하우스프라우이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남자와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는 삶을 살지만 어느 날 우울감과 무력감이 찾아온다면...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성격에 친구도 친척도 없는 낯선 환경의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면...여기까지가 책을 읽기 전 소개글로 알고 있었던 안나의 상황이었다.

시작부터 안나는 무력하고 우울해보였다. 은행가인 남편과 결혼해 미국을 떠나 스위스에 정착하게 된 안나는 통하지 않는 언어와 낯선 환경의 스위스라는 나라가 힘들고 무뚝뚝한 남편과 냉소적인 시어머니는 특별히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다.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남편은 정신과 상담의를 만나볼 것과 독일어 수업을 권유하고 정기적인 상담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지만 전문의에게조차 정직하지 못하다. 그리고 독일어 수업은 조금씩 향상되는 배움을 주면서도 그녀에게 일탈의 기회와 출구를 제공해주는 더 큰 의미가 되어준다.      

그녀가 독일어 수업에서 만난 아치와 비밀을 만들어가는 상황과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쏟아내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의 비밀들을 하나씩 드러난다. 어떤 이유든 불륜은 옳지않지만 안나의 일탈을 살짝 이해해보려던 순간 선을 넘은 그녀의 비밀에 파국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일탈은 유일하게 믿고 간직하는 사랑이 있었던 안나가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이었고 의지되지 않고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위로받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에 만나게 된 결말들...몸과 마음이 구석에 몰리고 그녀가 품어왔던 마음에 대한진실과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이 안타까워진다. 누군가 그녀에게 손을 내어줬더라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인생은 B (birth:생)와  D(death:죽음)사이에 C(choice: 선택)가 존재하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안나는 자신이 선택한 삶에서 어떤 책임과 해결로 나아갈 수는 없었던 걸까? 자기가 가진 것이 만족할 만하다는 걸 좀 더 일찍 바라볼 수는 없었던 걸까? 가족에게 가족같지 않은 느낌이었고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처럼 느꼈을 안나의 마음을 계속 들여다봤기에 예상했던 결말이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대담한 성적묘사와 섬세한 심리묘사에 <안나 카레니나>,<보바리 부인>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섞은 작품이라 평하는 '하우스프라우' 잔잔하지만 강렬함을 전해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