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많은 해석을 놓고 우리는 '철학적 사고'의 좋은 의제를 만났다며 진지함을 유지한다.

생과 사를 한줄의 인생여정으로 놓는다면 팽팽한 긴장감으로 어느 순간 끊어지지 않으며, 자연도태될때까지 이어가길 희망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죽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언어적 영역을 꼭 마주쳐야 한다고 말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자신의 2005년 소설 <죽음의 중지>에서 역시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책 첫머리에 인용하며 읽는 독자들에게 뭔가 하나라도 발견하길 기대한다.  

<죽음의 중지>는 제목과 같이 죽음을 주제로 한다. 인생여정과 자연도태처럼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인 유한성을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책에서 거부했다. 즉, 죽음이 멈췄다.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엄청난(?) 명제로 책을 시작한다. 인생여정, 자연도태와 마찬가지로 죽음은 삶의 규칙이다. 거부할 수 없고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법칙.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명제는 절대적인 모순을 이루는 사실이 한순간 거부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그럼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왜 죽음을 중지시켰을까?

법칙을 그대로 수용하고 변화를 거부하고 싫어하며, 현재 있는 그대로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인간의 최대 덕목이라는 진리를 흔들어 놓으려고 했다. 일순간 당연시 여겨왔던 죽음이 멈춘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이런 모습들을 책속에서 한없이 즐기고 있다.

책 처음부분에 죽음이 멈춘 도시의 풍경을 설명한다.

다소 마침표, 쉼표, 인용문 등이 없이 책을 써 내려간 저자의 독특한 서술기법을 감안한다면 어느 한 부분 놓칠 수 없다. 아마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죽음의 중지로 묘사되는 직업들. 장의사, 노인요양보호소, 보험설계사가 차례로 등장한다.

우선 죽음이 중지된다면 장의사는 소의 말하는 사라지는 직업이 된다. 어릴적 집집마다 일명 '푸세식 변소'의 변을 치우는 직업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또 아이스박스에 '아이스캐키'를 담아 골목골목 누비며 판매하는 상인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다.

죽음이 사라진다면 장의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큰 혼란이지만 장묘의 개념도 사라질 것이고 죽음을 걱정하지 않아 삶의 방식도 변화된다. 즉, 모든 것이 변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인요양보호소는 어떨까? 죽음을 피할 수 있지만 노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죽어야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 요양보호소는 활성화될 것이다. 죽음과 노화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험설계사 역시 자연도태된다. 왜냐하면 보험사의 존재원인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험에 가입했지만 죽지 않는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최대의 이윤을 낼 수 있는 기회겠다. 허나 죽음을 생각지 않는다면 보험도 들 필요가 없다.

중반부에서 후반부에 이어지면서 마흔아홉에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첼리스트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쉰살을 맞는다.  

이쯤에서 저자는 왜 죽음을 중지시켰을까? 또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죽음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혼란이며 스트레스며 고민의 실체다. 죽음을 회피할 수 있으며 진시황의 불로장생초처럼 무슨 수를 써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죽음의 중지, 즉 영원한 생명을 갈구한다.

하지만 과연 죽음이 사라진다고 우리들의 삶은 긍정적으로 변할 것인가? 죽음의 중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삶의 규칙을 깨주고 행복을 유도할 것인가?

주제 사라마구는 이런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놓고 자신은 글쓰기의 즐거움을 향유한다. 그것이 바로 저자를 부정할 수 없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이지만 심각한 고민의 증거다.

죽음과 삶의 관계에서 인간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방식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