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하고, 흐트러진 자신의 마음을 정화한다.

혼란과 혼돈을 하나로 집중해 일치시키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여행은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적 논리가 적용되지 않지만 무형의 이익을 얻으며, 무형의 이익은 자기발전이라는 이익을 서서히 장기적으로 가져다준다.

   알랭 드 보통이 자신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도 밝혔듯히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지만 우리가 왜 여행을 해야하는지 목적-예를 들어 여행지의 정보나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싶은 것들, 또한 여행지의 문화나 사회, 예술, 정치와 연결된 현상쯤을 분석하는 일들-을 가진다면 여행도 발길 머무는대로가 아닌 기술적인 요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고 여행을 첨단과학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좀 더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최대한 많이 얻자는 것이다.  

   많은 여행서들을 보면 단순히 화폐, 문화, 교통편, 숙박시설, 소요경비, 바가지 쓰지 않는 법, 언어 등을 소개한 가이드북에서부터 사회, 문화, 정치, 철학, 그리고 민족의 정서까지도 담은 전문 여행서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혜윤씨가 만들어낸 「런던을 속삭여 줄게」는 후자의 성격이 강한 책이다.

여행에서 유럽, 유럽에서 영국, 영국에서 런던, 그리고 런던에서 주요 의미를 담고 있는 곳들을 소개한 이 책은 단순한 여행가이드가 아닌 런던을 해부한 책이라고 규정한다. 한번쯤을 들어봄직한 이름들-대영박물관, 웨스크민스터 사원, 자연사 박물관, 세인트 폴 성당, 트라팔가르 광장, 런던탑, 그리니치 천문대-영국을 대표하는 주요 관광지다. 아니 영국인들에게는 주요 관광지를 넘어서 그들의 역사와 민족의 정서를 담은 곳일께다. 대영박물관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있다는 말에 19세기와 20세기 초 식민지 지배 역사의 문제점을 일깨워주기도 하지만 그들은 손가락질받는 이면에 강한 영국민의 대영제국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그렇지 않은가?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등은 이집트에서 봐야 마땅할 것은. 

   각설하고 일련의 흐름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영국이야기 과정에서 지역의 순서로 고정된다. 박물관, 사원, 성당 등 영국역사를 대표하는 지명들.

그리고 이들 지역이나 건축물들은 모두 영국민족의 역사와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애환이라고 보기에는 과장된 면이 있지만 나름대로 힘겹고 혼란스런 역사가 숨어 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던 것도 독자들의 시선의 흐름을 여행하듯 마춰주는 저자의 배려에 있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로 정혜윤씨의 런던에서의 메모를 살짝 엿보면 더욱 흥미롭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소소한 메모가 있었지만 오히려 위 내용들보다 더 흥미롭다.

우리가 정사보다는 야사에 관심을 가지고 실록보다는 민담이나 야담에 흥미로워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런던의 뒷골목이 우리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화려한 중심부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런던을 속삭여 줄게」는 런던의 중심부와 뒷골목까지 관심을 끄는 여행의 순서도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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