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미술관을 자주 가지 않은 나로써는 해답을 찾을 근본적인 지식이 없어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미술은 음악과는 또 다른 독특함을 갖고 있다.

우선 미술은 주체인 나와 객체인 미술작품을 통해 작가가 작품속에 쏟아낸 열정을 공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혼자만의 시간보다는 함게 어우러지는 시간이 많다.

또 미술은 일정기간 그 자리에서 주체인 나를 맞이한다. 같은 미술관을 하루에 한번씩 가보면 같은 자리에서 맞이하는 미술작품이지만 그 의미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주체인 나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해주는 멘토역할을 한다.

고립된 공간속에서 있는 작품은 그 순간부터 고립된 주체를 환영한다. 그래서 혼자인 여성들이 미술작품 관람을 선호하나보다.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플로렌스 포크가 지은 이 책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라는 부제가 따라온다.

스스로 행복이라면 우선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홀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선택하고 가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왜 혼자여만 되는가? 혼자인 것을 즐기는 이유는 무언가?

이런 명제에 대한 해답은 없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특수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싱글맘일 수 있고 흔히 말하는 돌싱(=돌아온 싱글, 즉 이혼여성을 일컫는 말), 아니면 결혼을 거부하는 독신주의자나 여러번의 상처를 겪은 여성일 수 있다.

여기서 여성에 국한한 것은 책 제목에서 여성을 주체로 다루었기 때문이지 별다른 의미는 없다. 남자도 해당되겠지만...

책속에서는 혼자인 여성을 주제로 했지만 포괄적으로 자아(ego)로부터 자신(self)으로 의미가 변화되는 과정, 자신만의 공간인 매직서클, 고독, 타인과 관계속에서의 홀로된다는 것 등에 대해 자세히 기술해 놓고 있다. 다음과 같은 글에서 유아기시절부터 혼자된다는 것에 대해 당위성을 설명한다.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아이가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을 발견하는 때는 혼자일 때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이러한 발견이 자신을 만들어가는 힘의 핵심에 닿아 있다는 점을 모르고 산다. 혼자인 것과 타인과 연결되어 있는 것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면서 정서적 성숙, 심리적 건강, 창조적인 삶의 정도를 측정하는 데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관계를 맺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한다.(52-53쪽) 

유아기를 거치면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또 엄마와 아빠라는 가족의 울타리에 대해 인지한다.

인지된 추상적인 개념을 자신의 몸속에서 구체화한다. 이런 구체화작업을 통해 가치관이 형성되고 가족이라는 작은 울타리속에서 관계를 배워간다. 저자가 딸과 엄마, 딸과 아버지에 대해 의견을 기술해 놓았다.  

딸은 엄마가 자신과 '다르지' 않고 '같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작업을 계속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엄마와 자신은 '같은'점이 많은 관계임을 인정해야 한다. 성적으로 성숙해질수록 엄마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는 일은 점점더 복잡해 진다.(159쪽) 

아버지가 아이를 돌봐주고 음식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자장가를 불러준다고 할 때 그는 단순히 어머니의 대리인은 아니다. 아버지는 딸과는 다른 사람이다. 아버지는 남자이기 때문에 딸과는 다른, 딸이 바라고 필요로 하고 갖고 싶어 하는 여러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 역시 어머니만큼 딸의 발전에 중요한 인물이다. 사실 자기와는 다르지만 아버지 역시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아는 것은 딸에게 아주 큰 기쁜을 준다.(168쪽) 

다시 책을 살펴보면 그렇다.

탄생과 죽음의 과정처럼 혼자되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혼자인 여자, 그 주체로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혼자인 것과 친해지기, 그리고 고독을 즐기는 법에 대해 기술한다.

심리치유서라고 딱딱하거나 무거운 느낌이 들줄 알았지만 과연 그렇지 않았다.

저자의 일상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상담사례부터 해서-사실 저자는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저자가 경험한 것들이 꾸밈없이 기술되고 나아가 혼자되기에 대한 자신감을 북돋우는 치료까지 곧곧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권의 책이 심리치료 교과서 역할을 했다면 혹시 나도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닐까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전문적인 치료의 역할을 하면서도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체나 문장으로 내용이 이뤄져 그런 부담감을 떨쳐버려도 될 듯 싶다.

마지막으로 고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보며 끝맺음을 한다.  

고독의 가장 큰 혜택은 평화다. 평화란 내면이 고요하고 감정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고독 속에서는 시간을 느끼지 못한다. 그 순간의 생명력에 취해서 삶의 일상성이 사라지고 작은 골칫거리들이 사라지며 주변 사람들에 대한 걱정도 일시적으로 없어진다. 고독은 풍요로운 상태다. 나와 주변의 고요함 사이에 아무것도 끼어들지 않는 상태다. (2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