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단촐한 우리집 현관 앞에 앉아 계시는 아버지!

땀을 뻘뻘 흘리며 학교에서 돌아와 마당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에게

“이제 오는구나! 덥지? 고생 많았다”라고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별 말씀 없으셨던 아버지, 그 몇 마디에 나의 더위는 온데 간데 없어졌고 얼른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아버지 옆에 앉았다.

“더운데 나오셨어요? 햇볕도 따가운데 들어가 선풍기 바람 맞으세요?”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아버지의 그림자지만 그런 모습이 선하다.

나도 자식에게 선한 그리움으로 남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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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진 박목월 시인과 그의 아들 박동규 교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솔직 담백여운을 남긴다.

새삼 느끼는 아버지의 정이 무엇인지, 자식을 위해 당신을 희생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우리는 커가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들 또한 자식이며, 또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 세 글자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아버지가 지닌 영원한 의미, 큰 의미를 조금은 헤아려볼 수 있는 책이다.

-나는 누구에게 향한 것도 아닌 짜증이 났다. 열두서너 살 되는 어린 것을 1년 동안 밤샘을 시키다시피 시달리게 하고 또한 온 집안 사람을 불안속에 몰아넣는 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좋은 학교에 입학을 한다고 반드시 그 아이의 장래가 결정되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이처럼 야단들일까.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의 능력대로 좋은 학교에 넣으려고 발버둥 치며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중략)...좋은 학교에 넣음으로 앞길이 좋게 열리게 되리라는 막연한 희망과 가능성을 위해 애를 태우는 것이 부모로서 일종의 본능적인 애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 돈, 가장 거리가 먼 이야기같다. 하지만 돈이 아쉬울수록 붓이 윤활하게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문학과 돈은 거리가 먼 것일까?...(중략)...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문학의 대가-그것이 돈이든 명예이든 대가를 위하여 창작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시는 감동의 표현으로서 작품을 창조하는 그 목적 이외에 다른 것이 깃들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무상의 행위로서 예술적인 감흥을 위해서만 창작되어지는 것이다.-

박목월 시인의 아들 박동규 교수는

‘따뜻한 손으로 내 등을 두드리던 아버지의 손길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일을 통해서 내 삶이 달라지고 나를 통해서 나은 삶의 길을 갈 수 있게 한다는 확신이야말로 직장 생활을 매달려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원천적 동력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의 이미지에 대해 올곧게 서술돼 있다.

또 아들은 아버지에 대해 인생의 스승이자 먼 미래 자신의 성공과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지침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작품은 한편의 일기체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들에게 삶의 지혜와 가족의 사랑,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