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중에 전직 경찰이 유흥업소에 도우미를 제공하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연쇄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범인을 쫓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아들을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여성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혹독한 지시를 내리는 전직 경찰.

우연히 납치를 당하게 되고 여자를 추적하다 사건에 휘말리지만 결국 여성은 싸늘한 주검이 된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관계는 좀 다르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나 흐름은 비슷해 소개했다.

바로 로렌스 블록의 하드보일 추리소설 <무덤으로 향하다>라는 작품이다.

애드거상 수상작가인 로렌스 블록은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서두에서 개봉영화를 소개한 것은 <무덤으로 향하다>의 내용이 어느 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독자의 시각이지만...... 

주인공은 코리 부부. 평범해 보이는 가정이다.

하지만 평범하고 일상적인 어느날 프랜신 코리는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납치된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납치되었다는 사실이 사건이고 줄거리가 진행되는 이유가 될뿐이다.

이어서 걸려오는 전화 한통. 남편 캐넌 코리는 부인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돈을 요구하는 낯선 남자의 전화를 받고 그 어느때보다 당혹스러워 한다. 무사하기만을 바라지만 그에게 있어 부인의 납치보다는 왜 하필 자신의 부인이며 단지 돈만을 요구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한다. 소설 발단부분이 이 사건에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떡게 진행될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아내가 돌아온다면 소설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하지만 캐넌은 소포를 받는다. 자신의 아내 프랜신의 일부가 담긴 소포를. 

무덤으로 향한다는 제목은 아마도 캐넌 자신의 무덤일 수 있고 아니면 아내 프랜신의 육체 일부가 있는 무덤일 수 있다. 또 납치범들의 소굴일 수 있다. 바로 그곳이 자신의 무덤이 될 수 있으니까.

소설속 무덤은 이렇게 많은 의미로 해석된다. 이 소설 <무덤으로 향하다>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미뤄 짐작해보건데 아마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아내의 죽음을 쫓는 것부터 방대하고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캐넌 주변에는 티제이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마도 작가는 이 아이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한 것 같다.

아내의 죽음을 공유하며 캐넌의 주변에서 도움을 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아이같지만 후반부 없어서는 안될 감초역할을 한다. 뭐랄까 사건해결을 위한 지원사격 정도의 역할이다.  

사건 중반부 아내의 유괴와 죽음에 이어 사건해결을 위해 고용한 전직경찰 매튜의 딸까지 동일한 납치범들 손안에 있게 되면서 쉼없이 진행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내에 이어 자신이 고용한 전직경찰의 자식까지 유괴당한 캐넌은 누구보다도 침착하고 안정감 있어 보인다. 작가는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심으로 삼고 침착한 캐릭터로 묘사하면서 긴장과 전율을 독자들의 몫으로 넘긴 모양이다.

역시 추리소설 작가 다운 솜씨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발견할 수 있는 두가지 특징을 살펴본다.

우선 추리소설답지 않은 침착한 진행이다. 그렇다고 흥미롭지 않거나 구성이 허술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침착한 구조 위에 긴박함과 긴장과 전율을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결말-즉 아내의 죽음과 자식의 납치-을 쥐어주고 어떡게할지 독자들에게 넘겨주는 구성이 돋보인다.

두번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성이다.

원인모를 아내의 납치-돈요구-아내의 죽음-사건해결을 위한 고용인의 딸을 납치 등의 구성이 되면서 과연 사건이 어떡게 해결될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바로 로렌스 블록이 대학을 중퇴하고 추리소설작가의 길을 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무거우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으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구성과 간단하고 명료하게 진행되는 문체속에서도 찾아볼 수있는 긴장. 흥미로운 소설을 한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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