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골드미스’의 증권가 이야기

경제가 뒤숭숭하다.

권력자가 바뀌면서 추락하는 경제를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백억씩 심지어는 몇조원씩 우리가 보지 못하는 돈들이 제각각 나름대로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그 중심에는 펀드를 필두로 한 증권시장이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우리가 흔히 우시장에서나 공판장에서 볼 수 있는 현금이 오가는 것은 아니다. 모두 저 밑에서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돈이 오간다. 그 돈이 천문학적인 숫자다.

이 소설 <하늘다리>는 문학의 문학에서 마련한 5천만원 고료에 당선된 소설이다.

앞서 이야기를 꾸민 것은 이 소설을 만들어낸 우영창 저자가 전직 증권사에서 근무한 샐러리맨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 또한 증권시장의 치열한 일상이다.

주인공 맹대리.

증권가에서 소문난 수익률 제조기로 소문이 났지만 ’골드미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여느 소설과 마찬가지로 증권시장의 복잡성처럼 주인공 주변에는 많은 인물들이 있다. 가족, 동료,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를 스쳐가는 인물로부터 그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까지......증권시장에 걸맞는 설정이다.

그의 집은 대치동이었다. 내 집은 분당 맞지만 차에서 내린 나는 다시 평촌으로 가야했다. 그날은 할아버지의 기일이었다. 그날 사진 속 38세의 할아버지는 43세의 최 상무에 대해 가타부타 말없이 흐릿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기분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기에 그 미소를 대할 때면 통증을 느꼈다.(39쪽)

소설 초반부 주인공의 할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기에...", "최상무에 대한 할아버지의 미소"까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부분이다.

주인공은 몇백만원부터 몇십억까지 한자리수의 수익률에서 두자리수의 수익률까지 그의 손을 거치는 투자액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주변인물 역시 그의 환영을 쫓듯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가끔 격렬한 섹스를 즐기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몸을 섞는 주인공. 이 시대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오후 들어 P는 오전의 상승분을 다 내주고 보합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고도 눈치 보듯 다시 슬금슬금 빠진다. 주가가 오르거나 빠지면 명확한 이유를 다 알기엔 인생이 짧다. 우리가 들은 바로는 ’주가는 아무도 알 수 없다’이다.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다. 10분 뒤의 주가를 알면 세계 최고 갑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런데 밑천이 커야 하니까 세계 최고의 갑부만이 다시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될 것이다. 변동이 크면 일반인도 천만 원으로 10억을 거머쥘 수 있다. 파생상품에 걸면 된다.(51쪽)

증권시장은 경제의 한 부분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이고 일상이다.

우영창 저자 역시 이런 점을 염두해 두고 증권시장을 소설속 주요 배경으로 삼았을 것이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려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인생이 짧기 때문에...주가는 아무도 알 수 없듯이 인생 또한 아무도 알 수 없는 심연의 일들. 모호하고 염세적이지만 결코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 시선이 아닐 것이다.

’파생상품’이라는 전문 용어를 해석하면서 일반인도 100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

저자는 부자들만이 또 다른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부정하고 있다. 증권시장의 공평함. 같은 10배라고 하더라고 일백만원의 열배와 일억원의 열배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이 시대 사회구조다. 저자는 부정한다. 아니 부정하고 싶어 한다.

02. ’하늘다리’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졌을까?

스피드와 박력의 문체-’문학의 문학’ 5천만원 고료 당선소설

지점을 두 패로 가르는 것, 약자의 입장에 서는 것, 여기엔 은밀하게 가동하는 자기 방어 시스템의 톱니바퀴가 감춰져 있었다. 뒤처진 실적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 내부에 작으나마 숨쉴 공간이 생긴다. 거기서 가쁜 숨을 내쉬며 앞선 주자들을 치고 나갈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아니면 그들이 힘을 소진하고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것이다. 희생양은 오히려 그들일 수가 있고 용병술 따위는 그저 너구리의 환상이나 말장난에 다름 아닐 수도 있었다. 너구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도 진작 알고 있지 않았을까?

비겁한 약자들의 자기 보존법칙을(350쪽)

이 소설은 역시 스피드와 박력이 있다.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한 점부터 증권맨들의 일상과 꺼리김없이 자행되는 불법들.

숨가쁜 시간들 소에서 스스로 생존법칙을 발견하는 인간들.

이런 모습이 바로 이 시대 현대인이다.

저자는 이 소설속에서 돈에 파묻히는 현대인들의 도덕적 불감증과 돈의 흐름을 쫓는 삶의 안타까움을 그대로 표현했다.

비겁한 약자들의 자기 보존법칙은 무엇인가?

아마도 자기 변명이 통하는 세상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군상들의 안쓰러움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