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나를 키운건 8할이 손석희"

방송 입문 10년(1997년 입사)만에 에세이집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를 펴낸 MBC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 김주하.
초판 2만5000부가 열흘만에 팔려나가고 또 다시 2쇄 만 부를 찍고 있을 만큼 독자들의 반응이 거세다. 출판사는 벌써부터 '베스트 셀러' 조짐을 느꼈는지 기대감이 높다.

지난 3월 출산후 1년여만에 방송에 복귀하자마자 MBC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앵커로 발탁된 김주하를 인터뷰하는 기자의 입장은 기자 김주하가 아닌 앵커이자 책을 낸 필자와의 인터뷰로 방향을 잡아야 했다.

기자 김주하의 모습도 분명 김주하 일상의 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그에게서 뉴스 앵커를 떠올리는 것이 대중의 입장에서 훨씬 익숙하고 큰 분모이기 때문이다. 김주하는 낮에는 분명 취재현장의 날 것 그대로의 진실을 리포트로 담아가고 있는 기자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과거 평일 뉴스데스크에서 봐왔던 익숙한 앵커의 자리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김주하를 앵커로서의 모습에다 방점을 찍는다. 아무리 스스로가 기자 김주하를 강조한다 해도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책은 전적으로 '기자' 김주하의 모습을 담았다. 김주하의 지향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청자와 일반 대중이 연예인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앵커 김주하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는 "모짜르트의 천재성보다는 살리에르처럼 부족함을 부단히 채워야만 하는 2인자적 상황인식으로 끝없이 노력을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한결같은 그의 겸손함과 조직인으로서의 미덕이 지금까지의 김주하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방송인 김주하의 모습을 가늠케 한다.

책을 낸 방송 뉴스 메인 앵커이자 기자인 김주하의 소회를 들었다.

지난 주말에 싸인회를 하셨다면서요

그동안도 '처음'의 경험을 여러차례 해봤지만 역시 싸인회라는 것도 처음해보는 경험이었죠. 시내 큰 대형서점에서 했는데 싸인회를 하러 들어가는 입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을 보고 궁금했어요. 근데 그것이 제 싸인회를 위한 줄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어요. 사실 전 싸인회를 한다고 하면 서점에 들렀던 사람들이 지나치다가 관심있으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마도 제가 대중으로부터 인기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 것은 솔직히 이번에 처음 느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로서 취재하면서 느낀 소회를 중심으로 씌여졌네요

전문가들을 위한 책은 아니니까요.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대체로 10대부터 나이 있으신 어른들까지 다양하긴 해도 젊은 분들이 혹 이 분야와 일에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되도록 기자에 대한 경험중심으로 쉽게 읽히도록 썼어요. 방송인들에게 읽히는 책이 아니라 시청자들도 방송현장에 함께 있는 기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쉽게 쓴다는 것, 그게 더 어렵더라구요. 호호호.

'나를 키운건 8할이 손석희라는 악몽이었다'는 장이 재미있더군요

정말 책에 언급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에요.(책에서는 방송을 같이 하며 눈물을 쏟게 한 사연이 담겼다) 눈물 콧물 쏙 빼놓으셨죠. 제가 영향받은 선배들중에 꼽으라면 엄기영 앵커와 이진숙 워싱턴 특파원 그리고 손석희 선배 세분이 가장 크죠. 서평을 부탁드리니까 '내 험담을 한 책에 내가 뭐하러 서평을 써주느냐'며 손사래를 치시길래 그럼 그 내용도 담겠다고 은근히 '협박'도 했죠.

원래 본인은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했나요

장르의 구분없이 손에 잡히고 관심있는 것을 읽었어요. 한편으로는 사람의 전기를 좋아했죠. 궁금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컸죠. 손석희 선배의 책(풀종다리의 노래)도 좋아했구요.

책에 포인트가 있다면

솔직히 예전부터 책을 내자고 출판사 여기저기에서 많은 제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심지어 아예 '이렇게 써달라'고 내용을 결정해서 가져 오신 분들도 있었죠. 제가 그 의도에 맞춰 쓴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고민끝에 '나의(기자 김주하) 이야기를 쓰자'고 결정한 건데 대신 책에서 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하고 가자고 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체험한 다양한 경험들을 중심으로 썼죠. 기사 리포트가 각장 말미에 붙어있지만 그 앞에 몇줄 안되는 이 리포트를 위해 얼마나 현장에서 뛰어다니고 취재해야 하는지를 솔직히 보여드리고 싶었죠. 하지만 입사기 정도는 꼭 해달라고 해서 결국은 양보했죠.

나중에 책이 잘팔려 인세를 많이 받게 되면 어디다 쓰실건가요

글쎄요. 잘팔릴까요? 호호호.(출판사는 10만부는 너끈할 정도의 대박조짐이라고 한다) 실은 먼저 선 인세를 좀 받았는데 휴직 한 동안에 생계를 위해(?) 이렇게 저렇게 썼어요. 앞으로 잘되면 글쎄요, 그때 고민해 봐야죠.

반응이 좋아 또 책을 내라면

글쎄 벌써 또 제의가 들어오긴 하는데요. 하지만 제가 제 분수를 아는데 어찌 함부로 책을 낼 수 있을까요. 아직은 먼 얘기일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