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템포	2013.8.16
왜 팔리는가 조현준 글

표지와 제목이 눈을 사로 잡는다. 스티브 잡스는 왜 시장조사를 하지 않을까?라는 표지 글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스티브 잡스는 일반적인 설문조사와 같은 정량적인 시장조사 대신 소비자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 인터뷰 및 사용경험 같은 정성적인 방법들을 이용해서 신제품에 적용한다고 한다.

이 책은 예상과 다르게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들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고자 해서 쓰여진 책이다. 책에선 정확히 소비자들의 비합리적인 선택의 사례와 선택을 하게 하는 판단의 근거들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전에 알고 있던 문제들도 구매 시 흔히 하기 쉬운 소비자들의 착각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인용하고 있어 매우 재미있다. 언론과 입소문이 났던 맛 집의 맛이 내 기대에 못 미쳐 실망했었는데 맛 집에 대한 비밀들을 알게 되어 다음엔 그런 입소문에 휩쓸리지 않을 것도 같다.

인간의 감상적인 뇌를 사용하는 직관은 소비자들을 잘못된 선택으로 이끄는데 그 이면엔 빠른 선택만이 더 생존할 수 있었던 진화론적인 법칙들로 코딩 되어 있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의 뇌를 지배하는 절대 동기 3가지를 설명하며 절대동기에 따른 소비자들의 행동유형들을 분석하고 있다. 경쟁 승리가 강한 사람, 위험 회피가 강한 사람, 새로움 추구 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들로 크게 구분하여 분석하고 있다. 경쟁승리보다는 호혜적인 이타적인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균형’, ‘자극’, ‘지배’라는 림빅 시스템을 발견한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의 람빅 시스템을 근거로 설명한다.

1+1이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착각들도 밝히고 있는데 여기서 저자와 의견이 조금 갈린다.

초기에 1+1은 진짜 1+1이었고 과거엔 브랜드 제품이 더 질기고 튼튼해서 소비자들은 그런 경험을 뇌에 축적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해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속여 1+1가 제품 하나보다 더 비싸거나 브랜드만 믿거나 혹은 광고나 마케팅 과다 비용으로 품질을 저하시켜 소비자들의 직관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진열된 무수한 상품들을 의심하면서 일일이 확인한다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먹거리를 사는 소비자들의 모습은 비합리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직관을 사용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음식 습관을 보면 새로운 음식들은 거부하고 먹지 않는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잔반을 남기지 않게 훈육시키는 일은 그만큼 어려우며 먹기 싫은 아이들에겐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왜 어린 아이들은 새로운 음식을 거부할까? 살아온 날이 얼마 안된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면역 등에 취약하기 때문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음식에 대한 거부를 먼저 하는 것이다.

유통 경로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상품 중에 일일이 사전에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선 당연히 이전에 먹었던 음식을 사는 것이 안전한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기업들은 참으로 무섭다. 자사의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여 심리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을 고용해 인간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들의 행동과 그 이면의 동기를 알아내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통제하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도처의 유혹으로 소비자들은 기업의 마케팅에 현혹되어 호주머니를 열어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한다.

소비자들의 감정의 뇌를 연구하여 소비자들의 행동 동기를 충족하는 상품들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에게 현혹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이성적으론 알아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의 다양한 마케팅기법과 우리를 사로잡는 제품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어떤 제품은 왜 사라지게 되는지 흥미롭게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주관적으로 처리하며 때로는 왜곡하거나 조작하여 없던 경험조차 만들어 낸다. 어쩌면 인간의 자유의지나 불굴의 정신은 극소수의 것이며 대부분은 이런 인간의 뇌 특성으로 쉽게 조작 당하거나 현혹되는 건 아닐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정말 혁신적이며 편리하고 외관과 내부가 아름답기까지 한 제품이고 그 제품의 광고는 가족과의 사랑과 유대라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시간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으로 가족과의 유대를 단절시키는 현실 앞에서 행복한 기분을 만들게 하는 가짜 행복에 젖게 한다. 사람을 오로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며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 인간의 감각을 속이는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과 그들의 마케팅에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