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옥	2013.7.10
스무살에 몰랐던 내한민국 예옥 지음

며칠 전에 시튼의 북미인디언의 책을 이미 접했기에 기술적 문명과 정신문화의 질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깨달은 적이 있다.

[스무살에 몰랐던 내한민국]은 저자가 유럽에서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역사적 정신에 대한 관심으로 쓰여진 논문을 일반 독자들의 시선에 맞게 다시 고쳐 쓴 책이다.

이 책은 일반 역사책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술되고 있다. 철저하게 구한말시기에 우리나라에 거주하던 외국인들- 교사, 화가, 역사학자, 선교사 등-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기록들을 중심으로 써 내려가면서 저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첨가하고 있다.

제국주의가 팽창되던 시기의 제국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들은 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나라들을 바라볼 때 미개하여 덜 근대적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그들의 시각들은 때때로 제국주의적 정체성이 투영된 시선들로 한국인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국가를 기준으로 비교하고 평가하는 시각들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접해 본 사람들은 한국인들은 강하면서 온순한 기질을 갖고 있고 자유분방하고 당당하다는 평가들을 한다.

대체로 일본인들은 작고 왜소한 체격을 갖고 있다면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 비해 강인하고 큰 체격을 갖고 있어 일본인과 외모에서부터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맛 집을 찾아 다니며 음식 먹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은 적어도 100년 전부터 임도 알 수 있다.

서구인들에 비해 3배쯤 식사를 한다는 말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특별한 잔치가 아닌 일반 끼니를 그렇게 먹는 것일까? 모든 계층이 그렇게 먹는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 외국인이 접했던 일반 양반들이나 잘사는 상인들이 그렇게 폭식을 했을까? 적어도 폭식문화는 최근의 음식문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음력 정월 대보름 날 축제 중에 ‘석전’이라고 집단적으로 돌을 던지며 싸우는 놀이는 이 놀이에서 누군가가 죽어도 형벌을 받지 않는 합법적인 싸움인데 국민들의 새해축제였다는 사실을 난생 처음 알았다.

돌을 던져 사람의 머리를 때려 죽일 수 있는 잔인한 광적인 축제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는 사실에 솔직히 놀랍기도 하다. 야만적이고 잔인한 축제인데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은 역사학자들이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일까?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일본 식민지사관에 영향을 받은 역사학자들에 의해 그간 한국인들의 정신이 철저하게 축소 왜곡되어 왔고 알게 모르게 우리들은 그런 역사의식에 오염되어 자국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적으로 찬양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양극단을 오가는 분열된 모습들을 보여주었는데 구한말시대의 한국인들의 삶과 정신들을 아주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매우 신선했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글이 일반 역사책과 달리 딱딱하지 않고 종교, 문화에 걸쳐 방대한 부분을 아주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어 부담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