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어스	2013.12.14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GROTTO 집필

하루 만에 집필된 책 글쓰기 좋은 질문엔 642개의 질문이 들어있다. 저자가 평소에 메모하거나 모아둔 질문이 아니라면 혼자서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 건물에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30여명이 질문 21개씩만 생각하면 가능한데 이 책은 이렇게 만들어 졌다. 30여명 각자의 생각 혹은 브레인스톰으로 얻어진 공동의 질문들이다. 놀이처럼 가벼운 아이디어로 시작되어 편집된 책이면서 하나의 표준의 답이 없어 부담 없이 쏟아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한 페이지엔 서너 개의 질문들이 있고 독자들이 그 질문에 자유로이 답할 수 있는 노트가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일어나지 않을 온갖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돌아다니지만 이 책에 들어있는 질문들 중에는 내가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들(유엔 연설에서 쓸 스탠딩 코메디의 대본, 싫어하는 사람에게 쓰는 러브레터), 누가 보면 안 되는 은밀한 질문(내가 저질은 최악의 일은 절대 고백하고 싶지 않다), 엉뚱한 질문들(당신이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해서 써보거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지어내보라. 382번째 질문 중)이 수두룩했다.

내가 고민 없이 답할 수 있었던 질문은 내가 경험했던 일, 내가 생각해 봤던 질문에 한해서였고 답하기 힘들었던 질문은 내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대상의 입장이 되어 글을 쓰거나 동사만으로 표현하거나 묘사하라는 주문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나의 상상력의 빈곤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진진한 글에서부터 문학의 한 구절을 옮겨온 질문, 독성이 강한 원소 비소란 단어만 있는 질문처럼 질문의 의도조차 모르는 엉뚱한 글들을 만난다. 마인드 맵처럼 질문들이 서로 연관되지 않고 특별한 관련도 없는 질문들의 목적이나 방향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이 책은 미완의 책이다. 독자가 글쓰기로 답해야지만 완성되는 책이다. 화두를 던진 건 작가들이지만 마무리는 오롯이 독자들의 몫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노력에 따라 책의 가치가 달라진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고 상상력이 빈곤한 나에게 여기의 질문은 신선하고 새롭다. 내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들을 접하면서 그 질문들과 관련된 생각의 물꼬를 틀 수 있었으니까.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웃고 떠들면서 기록하다보면, 그 글들은 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거울이 되며 동시에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삶의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

글쓰기좋은질문642, 큐리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