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천문학에 관학 책일까? 아닐까? 분명 우주의 기원과 생성과정을 다루지만 천문학 책은 아니다.

읽다 보면 결국 지구의 생명체인 인간과 마주하게 된다.

곳곳에 영성이 느껴지는 문구들을 만나게 되어 천문학 책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적잖게 당황하였다.

이 책은 복잡한 식이나 우주사진 한 장 없이 우주에 대한 창조성의 은유를 풀어내고 있다.

글은 매우 아름답고 시적이며 영성을 깨운다.

고층 아파트 사이의 한 두 개 보이는 별을 보면 어릴 때 느꼈던 신비로움을 각성하기는 힘들지만 정월 대보름날 밤 하늘 가운데 크게 떠있는 달의 아름다움에는 저절로 감탄사가 떠오른다.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설렘의 연유를 알 수 없었는데 생물의 호흡과 혈액의 움직임이 우주의 팽창(빅뱅)과 수축(인력)과 같은 리듬이라는 과학적 사실엔 우주와 생명체의 불가분의 관계를 느끼게 된다.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지구와 그 지구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에 우주가 내재하고 있다.

이 책은 우주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인간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주의 탄생과 발전과정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지구와 지구 생명체 그리고 인류의 기원과 인류의 현대문명까지 거대한 스케일을 다루고 있다. 천문학적 지식과 진화생물학, 문화 인류학의 학문들을 넘나들며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풀어낸다.

우주가 역동적인 두 반대의 힘(팽창과 수축), 파괴와 생성 사이에서 작용하는 커다란 긴장감 속에서 균형을 이루며 진보하는 것처럼 지구 생명체는 변화하는 지구 환경에 맞게 고유한 자기 조직화를 통해 진화해 왔고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을 이루고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지구의 다른 생명체를 지배하고 통제하게 되었으며 인간 문명의 급속한 발전과 팽창은 지구 생명체의 멸종과 지구환경의 위기로 나타났다. 우주는 생명이 없는 물질로 이루어진 비어있는 공간으로 인식한 기계적인 철학관을 가진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정신을 가진 종은 인간뿐이라는 인간중심의 사고관은 지구의 자원과 지구생명을 인간의 수단화한다.

16~17세기 계몽주의와 기계적인 철학관을 비판하고 있지만 21세기는 신의 영역까지 인간의 기술(유전자 조작과 생명연장)로 구현하는 단계에 와 있다. 사실 두렵다. 인간은 왜 다른 지구 생명체와 달리 다음 세대를 위한 자원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걸까?

균형과 절제를 상실한 현대인의 탐욕에 시름하는 지구를 보면 잠깐 거쳐가는 종인 인간이 영원이 살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구토를 느끼기도 한다.

우주의 창조성에 역행하는 인간의 잘못된 인식과 지구환경의 파괴를 고발하고 자연에서 이탈한 인간 본연의 본성을 회복하여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자는 종교적 (영성)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