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어린이	2013.2.28
보트에 탄 소년과 곰 데이브 셸턴 글 그림

가방을 들고 무작정 곰의 보트에 탄 소년과 밤하늘의 별을 보고도 별의 이름이나 별을 통해 항해하는 방향도 알지 못하고 지도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보트의 선장인 곰이 주인공입니다.

등장인물은 소년과 곰인데 책이 끝날 때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고 익명의 “소년”과 “곰”으로 불립니다.

이 책은 내내 조금 설정들의 핀트가 조금씩 엇나가 있습니다.

다소 무의미해 보이는 말장난들과 별거 아닌 일로 신경전을 벌이며 입씨름을 하는 장면들을 아주 디테일 하게 그려 넣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입씨름 장면은 우리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지요. 건방지고 말 안 듣는 아이들의 전형이기도 합니다.

4시만 되면 작은 보트 안에서 가스난로와 찻주전자로 차를 끓여 차를 음미하는 곰의 모습을 아주 자세하게 그려 넣고 있으면서 정작 소년의 이름이나 혼자 왜  배를 타려고 하는지 곰과 소년의 이전의 일상은 완전히 사라져서 없습니다. 차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일까요?

상황이 어려워도 차를 잊지 않고 마시는 곰이 재미있기는 합니다.

허풍스럽고 진실해 보이지 않는 곰을 의심하던 소년은 일련의 모험을 통해 곰을 신뢰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책은 나이와 성별 국적을 떠나서 보편적으로 모든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움을 주면 책 속에 빠지고 그 책 속에서 즐거움 이상의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는데 좋은 책을 만났을 때 저는 그랬어요.

이 책은 영국에서 상도 많이 받고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책인데 저의 감상은 “글쎄요~”입니다.

배를 타고 무서운 촉수괴물과 사투를 벌이거나 배가 가스로 폭발해서 바다에 빠졌을 때, 폭풍우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장면들처럼 아슬아슬한 극적인 모험들이 가득한데 이상하게도 그 극적인 상황들의 결말을 미리 알고 있는 듯 긴장감도 떨어지고 맥 빠집니다. 또한 영국인의 유머가 저한테는 안 통하듯 소소한 우스개장면은 있었지만 그렇게 유머가 있거나 재치 있다는 생각이 들지 못한 책입니다.

 

나이 많고 연륜이 높은 선장 “곰”과 “소년”이 진짜 친구가 되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어른과 소년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을 나눌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곰”이 “소년”의 마음을 열어 가는 과정은 인상이 남습니다.

“소년”이 방향을 잃었다고 말할 때는 화를 내던 곰은 정작 심각한 상황에선 소년의 실수에도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상황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낚시를 처음 하는 소년에게 가르쳐 주려거나 못한다고 비웃지도 않고 진득하게 기다려줍니다. 지루한 바다항해에 심심해 하는 소년에게 맞추어주려고 모르는 말놀이 게임도 해주고 별자리에 대해 아는 체도 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정답과는 벗어난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소년”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자녀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고나 할까요? 건방지고 불평 많은 “소년”에게 잔소리 하거나 협박하지 않는 “곰”의 행동은 인상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