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거북이 2012.11.19 5 좋은 엄마 콤플렉스 이서경 지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딱 꼬집어 ‘나’를 지칭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나는 좋은 엄마에 집착하고 있었으니까. 그럴수록 엄마라는 자리는 내게 너무 부담스러웠고 때때로 이런 굴레를 씌운 아이가 밉기도 했다. 왜 이런 고민을 아빠보다 엄마인 내가 더 하는 걸까? 아빠인 남편은 아이한테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더 잘 키 울 수 있었는데 못 키운 듯 해서 미안하고 이래저래 항상 미안함이 든다. 왜 그럴까? 좋은 양육서를 찾고 있거나 정보를 찾는 건 늘 상 내 몫이었다. 엄마들 모임에선 시댁과의 갈등이나 양육이 항상 화제가 된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엄마들이 하는 행동양식을 ‘좋은 엄마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추천사 반건호씨 글- 한국의 20대, 30대 엄마들은 왜 좋은 엄마에 집착하는가?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집착하는 것은 혹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고 좌절하는 모습은 과거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각인됐던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엄마 상에 몰두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25p 본문중- 김연아, 박지성 등의 유명인들의 뒤에는 헌신적인 부모의 뒷받침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자녀의 성공의 대다수는 뒤에서 물심 양면 돕는 부모의 절대적인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공신화도 한 몫을 한다. 자녀교육에 성공한 부모들의 성공담에서도 부모의 역할이 대단히 높다. 좋은 엄마가 자녀 교육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뇌 영상 연구에서 자신을 생각할 때와 아이를 생각할 때의 활성화 되는 뇌의 부위가 똑같음을 통해 엄마는 아이와 동일시함을 알게 된다. 어릴 때 부모에게 받은 상처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혹은 내가 못다 이룬 소망의 투사로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 빠지게 된다고 심리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풀어낸다. 반사든 투사든 심리학적인 자기방어 기제가 작동되어 아이들을 양육하기에 생각은 좋은 엄마이지만 현실에선 나쁜 엄마가 되어 버림을8가지 콤플렉스 유형을 분석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반대로 엄마를 증오하는 헤밍웨이 콤플렉스. 헤밍웨이의 방탕적이고 비극적인 권총자살로의 생의 마감은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로부터 시작임을 알 수 있다. 독재적 양육과 권위적 양육, 허용적, 방임적인 양육방식인 크게는 4가지 양육 형태를 표로 제시하고 있는데 권장되는 양육방식은 권위적인 양육이다. 동화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좋은 나쁜 엄마들의 원형들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거기에 맞는 케이스를 함께 싣고 있다. 8가지에 딱 부합되지 않고 밤의 여왕 콤플렉스와 황새 쫓는 뱁새 엄마 콤플렉스 유형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8가지 유형들의 엄마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들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표면적으론 아이의 문제로 엄마가 고민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엔 어린 시절의 상처와 부모의 태도에 의한 내적 분노가 아이들 자녀교육에 투영되어 나타난다. 시시때때로 아이한테 영향을 끼치는 나의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으로 시작하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어떤 반응에 동요하는지 나를 살피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출발할 것을 권한다. 여러 조언들을 해주고 있지만 가장 내게 다가왔던 조언은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감정에만 파묻히지 않고 엄마임을 잊지 말고 아이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다. 내가 힘들기 때문에 아이를 소홀하게 대해도 괜찮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지 말아야 함을 느끼게 된다. 챕터4에선 상식을 뒤엎는 좋은 엄마가 되기라고 해서 유모차를 없애라거나 전집을 사지 말라, 학교를 꼭 보내야만 할까? 한국 현실과는 전혀 다른 조언들을 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요즘 유모차는 부모와 서로 마주보며 같은 높이에 편리하고 좋은 유모차가 많아서 저자의 생각에 따를 필요는 없다. 백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수입 유모차가 정말 꼭 필요한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집 구매는 개인적으로 저자의 의견에 동조한다. 낱권대비 전집이 저렴하긴 하지만 한번에 큰 목돈이 들고 전집의 모든 책이 다 맘에 들지는 않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풍족하면 귀한 줄 모른다는 점에는 동감한다. 사자처럼 아이를 벼랑으로 밀어라 라고 조언하는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고 생각된다. 사자의 양육방식은 사자만의 방식이다. 코끼리처럼 평생을 함께 하는 동물들도 있다. 여러 다양한 양육방식에서 사자의 방식의 치열한 생존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자처럼 강해지는 사람도 있고 반면 사자처럼 키웠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세상엔 사자 같은 아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다양한 생명처럼 사람들도 제 각각이기 때문에 어느 게 맞는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요즘엔 너무 과보호하고 부모가 고생과 고난을 아이 대신 해주려고 하지만 아이의 인생은 아이 것이므로 자신의 고난에 회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도록 부모의 격려가 필요함은 맞다. 왜 그렇게 좋은 엄마에 집착했는지 내 마음속을 들여다 보듯 심리적으로 접근하여 풀어내어 신선하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나도 함께 성장하려면 꾸준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고 내 문제에 아이를 투사시키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