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북스	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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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픔에는 끝이 있다 로버타 템즈, Ph.D. 지음

결혼하고 얼마 후 시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하긴 했지만 그분을 잘 모르기에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염할 때 무서워서 보지 못했을 뿐.

내 나이 마흔 아직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이모가 이모부를 잃었을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암에 걸렸어도 할 일 다하시며 열심히 사셨던 이모부와 밝았던 이모가 갑자기 추워진 날 이모부의 갑작스런 죽음에 목이 쉬어서 우리 집에 전화했을 때는 그 목소리에 전염되어 나도 모르게 울면서 젊은 이모와 한참 배울 어린 아이들을 남겨둔 이모부가 너무 미웠다. 밝고 신앙심이 깊은 이모는 장례지도사가 되어 아이들과 열심히 사신다.

내 남편이 갑자기 내 앞에서 영영 사라진다면, 내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내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아직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내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부음소식을 종종 전해 듣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까지 영원히 살 것처럼 이별에 대해 모른 척 하고 있다.

[모든 슬픔에는 끝이 있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단계를 거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뿐 아니라 상처나 고통으로 깊은 수렁에 빠진 사람들도 읽으면 도움이 될 처방전들을 제공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경험을 겪었던 사람들의 이별과정을 경험자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슬픔을 느끼는 강도와 애도 기간이 다 조금씩 다름을 알게 된다. 그들의 조언도 천차만별이고 애도방식도 다 다르다. 어떤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1~2장에선 사별하는 과정에서 내게 어떤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을지 경험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고 3장에선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을 위로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공한다. 여기서 제공하는 방법들은 일반적으로 우울증처럼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스스로 위로하여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치유의 글쓰기, 일을 다시 시작하여 벗어나기,사람들을 만나거나,물건을 정리하기 등 하기 전에는 귀찮거나 힘들다고 여겨지지만 막상 움직여서 시작하면 우울한 감정을 털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할 수 있는 위로방법은 슬픔의 정도를 이길 수 있는 내적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에 한에서다.

4장에선 자신과 비슷한 슬픔을 이미 겪었거나 겪은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 혼자만의 고통이 아님을 알게 되며 함께 위로하고 위로 받음으로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

사별을 도와 줄 인터넷 웹사이트와 단체들을 소개하며 활용법을 제공하고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런 슬픔과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상실했을 때의 깊고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경감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도기간이 지나면 일상생활로 복귀하여 건강하게 살아감을 알 수 있다.

 

장례식 방법도 전통적인 방법부터 폭죽이나 풍선으로 화장한 후 얻은 재를 채워서 띄어 보내거나 로켓으로 우주 공간으로 보내는 현대기술에 맞게 변화된 방법들도 소개하고 있다.

평생을 애도하며 슬픔속에 보내는 풍습도 있고 발리처럼 유쾌하게 애도하는 방법등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장례풍습을 발견한다.

이 책에선 나라별로 애도풍경들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의 애도방법도 보여주고 있어서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보통 3일장~4일장으로 알고 있었는데 7일까지 애도한다는 글에선 고개가 갸웃거렸지만 내 나라의 애도풍경도 잘 모르고 있었다. 나라별 장례문화를 통해 사람들은 탄생뿐 아니라 죽음에도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내 가족과 내가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함을 알고 있다. 그리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슬픔도 끝나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 살아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더 많은 추억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찌들어 가족과의 귀중한 시간들이 여러 우선순위에 밀려났었는데 사별하고 난 다음은 너무 늦을 것 같다는 절박감이 든다.

‘죽음’이란 산 자에겐 삶에 대해 되돌아 보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 책은 나처럼 죽음에 대해 공포는 있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들이나 현재 사별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책이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