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의 나의 느낌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식당의 음식을 잘 먹었다고나 할까?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시집을 읽은 듯도 하고, 한 사람의 가슴 시린 신앙 간증집을 읽은 듯도 하고 또 한편의 잘 쓰여진 소설집을 읽은 듯도 하니....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눈물도 나고, 최근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감동을 느낀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글쓴이의 문체는 읽는이로 하여금 참된 글씀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며 구구절절 너무나 심오하고 깊은 뜻을 담고 있어서 그냥 쉽게 읽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책이었다. 비록 길진 않지만 지나온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그 시간속에 느꼈던 나만의 아픔 또한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어디까지가 신앙이었고 어디까지가 나의 이성이었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딸의 고통을 통해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 이어령선생님은 천국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그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으며 눈물을 흘리며 지성에서 영성으로의 문지방을 이야기하고 계신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그 누구도 감히 그를 가벼히 평가하지 못할 것은 그것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과 또 가장 큰 고통의 신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이 하나님 앞에 더 많이 부끄러워지고 작아지는 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모든 것을 걸지도 않으면서 고뇌하지도 않는 나의 얕은 믿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지 않으시기에 이성과 지성의 영역을 허락하셨다.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믿음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 믿음의 행로를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그 갈림길에서 하나님은 약간의 장애물을 허락하시는데 바로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고난이나 고통의 부분인 것 같다. 고난은 죽음이나 질병 또는 고통의 가장 극한 모습으로 우리의 고상한 자아를 비웃고 인간이 얼만큼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를 저울질한다. 거기에서 우리는 두가지 갈래길을 경험하게 되는데, 바로 믿음을 버리느냐? 아니면 믿음을 지키느냐? 이다. 과연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이어령선생님은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믿음의 길을 택하신 것 같고 그로 인해 앞으로 남은 여생동안 하나님이 크고도 귀하게 쓰실 보배로운 그릇이 되신 것 같다. 진심으로 그분의 삶에 박수를 치고 축하해드리고 싶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이 아픈건 아마도 그 믿음의 행로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과 그분 내면의 아픔이 나에게까지 전해졌기 때문인 듯 싶다. 귀한 책을 통해 마음이 평안해지고 부요해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