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세 정원

마리는 깊은 숲 속 낡은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은 여기저기가 삐그덕거리고,

숲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으며,

할머니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습니다.

여러 해 전부터 마리는 낡은 의자에 앉아 목도리를 떴습니다.

마리는 한 번도 녹슨 철문을 넘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날마다 마리는 혼자 놀거나 뜨개질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말이 별로 없어서 무척 심심했습니다.

하루는 마리가 물었습니다.

"할머니, 바깥세상에는 무엇이 있나요? 세상을 보러 나가고 싶어요."

"마리야. 네가 조금 더 자라면 세 개의 정원 열쇠 중 하나를 주마.

그러면 세상을 보러 갈 수 있을 거야."

여덟 살이 되던 생일날 아침, 할머니는 마리에게 첫 번째 정원의 열쇠를 주었습니다.

마리는 첫 번째 정원에 가서 꽃목걸이를 만드는 사람을 만났어요.

열 살이 되던 생일날 아침, 할머니는 마리에게 두 번재 정원의 열쇠를 주었습니다.

마리는 과수원에서 농부를 만났습니다.

"세상은 아주 멀어. 배들이 떠 있는 바다, 낙타들이 지나다니는 사막,

일 년 내내 눈이 덮힌 산. 세상은 신비한 풍경으로 가득하다고 해."

열 두 살이 되던 생일날 아침, 할머니는 마리에게 세 번 째 정원의 열쇠를 주었습니다.

마리는 세 번째 정원, '조에의 정원' 에 들어갔어요.

조에와 나무 위에 앉아 마리는 어떤 세상을 보았을까요?

'세상' 이란 어떤 곳일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 바로 내 주위 모든 모습들이 세상의 일부겠지요.

산 속 깊은 곳에 살아가던 마리에게

세상은 저 멀리 아름답고도, 멋진 곳일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졸라 세상을 보러 나갑니다.

아이들이 세상이 어떤 곳일지 궁금해하는 시기가 오면

어떤 엄마로, 어떤 부모로 옆에 있어 주어야 할까요?

마음으로 읽는 세상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도 생각할 거리와 깊이를 제공하지만

부모에게도 마음이 넓어지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살고 있는 곳에서 감사하고 만족하고 기쁘게 둘러보지 않고

더 먼 곳, 더 화려한 곳, 더 높은 곳만 바라보고 살기엔

우리가 지내는 이 시간들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마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나이든 어른들에서 금발 소년 조에로 나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아이들이 겪어가고 아이들이 만나가는 세상은

바로 아이 눈으로 보게 되는 그 세상이겠지요.

철학이야기는 그냥 읽었을 때는

깊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해서 읽을 수록

아이의 생각주머니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이의 마음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요?

아이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많이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이 세상,

더 살만한 세상, 살아가고픈 세상으로 만드는 것~

부모로써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이유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