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인 아들에게 올 여름방학 때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을 과제로 내줘야겠다는 생각이다.

 

근대 이후, 역사발전의 원동력이 이책의 테마이지만,

저자는 놀라운 박식과 뛰어난 실증으로 현대의 사물과 현상을 예로들며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갔다.

 

아직까지도 <구운몽>이니 <부활>이니 <탈출기>이니 <명상록>이니 하는

강단용 교재가 청소년 권장도서로 소개되는 것을 보고 답답하다고

느끼던 차에 모처럼 아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만나게 됐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에게 우리 식의 386 정서와 지성을 강하게 느낀다.

왠지 반가운 느낌. 아니나다를까 사이토 다카시는 1960년생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첫 걸음은

역사를 바라보는 눈, '관점'을 세우는 일이고

그 관점엔 역사이전에 철학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왔던 나였기에

저자가 더욱 반가웠다.

 

사이토 다카시도 아마 기존의 세계사에 의문을 품고 반발하면서

자기 생각을 키워왔던 것 같다.

 

승리한 자에 의해서 쓰여지는 역사, 근대 이후 세계사의 중심을 이뤄왔던

유럽제국주의와 그 후예들이 쓴 세계사에 반발하면서 사이토 다카시가

주목했던 것 중의 하나가 역사발전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사이토 다카시는 이 책에서 

역사발전의 원동력으로 다섯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욕망(Desire), 모더니즘(Modernism), 제국주의(Imperialism),

악마(Monsters), 종교(Religions)이다.

 

역사발전의 원동력은 결국 인간의 욕망이지만 저자는

각 키워드별로 근대이후 역사의 발전을 사건이나 모티브 중심으로 쉽게

풀어갔다.

 

발전의 원동력 또는 갈등과 충돌의 정반합이라는 관점에서

유럽 중심의 눈으로 본 세계사의 이면을 파헤쳤다.

 

최신이라는 이름으로, 선진이라는 이름으로

서양 역사학의 방법론을 앞다퉈 수입하고 무작정 서양인식론을 이식해왔던

강단의 역사학자들이 숨겨왔던 비밀을 캐내듯이

 

근대 이전까지 유럽은 세계의 중심이었던 이슬람과 아시아로부터 문화와

문물을 수입하는 처지였다는 진실,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약탈한 제국주의의 욕망과 탐욕이

오늘날 유럽과 미국의 부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준다.

 

마지막 챕터인 종교에서 저자는 묻는다.

"과연, 신이 세상을 구원했는가?"라고..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가 

서양 근대화와 식민지 경영에서 한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이슬람이 과연 테러의 온상인지...

자유의 나라 미국,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는 첨단 인권국가 미국에서

왜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지...

역사의 중심이 아시아였는지, 서양이었는지, 

이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할뿐...

 

수많은 사이비와 교묘한 논리가 판을 치고

바로 이 순간의 진실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세상인데...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 

진실이 무엇이고 거짓이 무엇인지는 구별할 줄 아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책 한권이 해답이 될 순 없지만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은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와 상식에 대한 외연을 넓혀주면서

충분히 역사도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계기는 될 것 같다. 

 

한가지 덧붙히자면 

책을 읽는 동안 번역이 무척이나 잘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문의 텍스트에 충실하면서도 

생생하고 쉬운 우리말로 적절하게 옮겨놓았다는 느낌이다.

 

세계사를움직이는다섯가지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