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애써 골라보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하게 이 저자의 책은 벌써 세권째다. 그렇다면 꽤 큰 인연이지 싶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과 전혀  다른 저 세상에는 어떤것이 존재할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기는 하다.

이 세상에 나오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만 이 세상을 떠나는 순서는 결코 온 순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채 피지 못한 삶이 사라지는 것은 못내 아쉽고 안타깝고 애잖다.

이야기의 주인공 해리가 또 그런 케이스다. 교통사고로 인해 저승세계에 도착한 해리는 "그레이트블루욘더"로 떠나지못하고 헤맨다. 그곳으로 떠나기에는 해리가 아직 마음의 정리를 다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나에게 죽어봐야 후회할것이다라는 험악한 말을 했고, 거기에 대한 누나의 답이 "웃기지 마, 오히려 기쁠걸"이었다.  이 말을 한 누나가 얼마나 마음쓰여할지, 왜 누나에게 이런 험악한 말을 했던것인지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스러움이 들고, 또 미처 인사를 하지 못한 가족과 친구들에게 대한 마음을 접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리는 저승세계에서 만난 아서의 도움으로 현생으로 다시 오게 되고, 자신만의 이별작업을 시작한다. 오랫동안 자신을 기억하고, 또 자신의 빈자리가 메꿔지지 않은채로 머물러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덤덤하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 실망스럽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는 해리.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이별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은 나이가 많든 적든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해리는 어쩜 죽음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라 할수 있다. 그렇지만 영혼의 모습을 한 채로,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과, 자신이 속했던 환경과 정돈된 이별을 해 보였다. 듬직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특히나 누나와의 이별모습은 눈물을 찍어내게 만들었다.

또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현생을 살아가려는 해리의 부모님의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엄마는 변함없이 4인분의  식탁을 차리려 했고, 아빠는 해리의 무덤에 놓는 꽃들을 매번 바꾸려 노력했다. 자식을 앞서 보낸 부모의 고통은 이세상 그 어떤 고통과도 비교할수 없을것이다. 또 사랑하는 동생과의 마지막이 입에 담기도 험한 소리였을 경우에는 그 충격이 엄청날것이다. 그렇기에 어쩜 해리가 늦지 않게 가족들과 작별하기 위해 돌아온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선택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해리의 용서와 이해와 사랑이 그들에게 전해졌기에, 좀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남은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며 지낼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