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의 기억을 온전히 다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기억한개씩은 아마도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이 행복하고 기쁜 기억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슬픔과 고통스런 장면일수도 있다.

이책의 주인공인 가브리엘이 그렇다.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삶이었기에 그는 매순간 행복했고, 그 행복이 쭈욱 이어질거라 막연하게 믿어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물에 빠진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자신이 희생양이 되어버린 아버지 존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때문에 가브리엘은 강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고, 또 자신이 아버지를 구할수 있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 아닌 죄책감때문에 세상과 단절된채 음울하게 살아가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렸을때 친구 지미가 콜로라도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망설임끝에 어렵게 결정을 한 가브리엘.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잊고 지냈던 강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을 송두리째 삼켰다고 생각했기에 미움과 원망의 대상이 되었던 강을 어쩔수 없이 직면하게 되었고, 흐르는 강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뜻을 강요하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았음을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여행에서 만난 태비사와 사랑에 빠지고, 또 어머니가 건넨 일기장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고.

잔잔히 흐르면서 세상의 변화를 고스란히 품에 안고 있는 강에 대해 가브리엘이 끝까지 원망과 미움을 거둬들이지 않았더라면 어쩜 그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함께 하는 강을 떠올릴수 없었을것이고, 자신의 아픔만 들여다보느라, 자신의 고통을 다독여주는 주변인의 마음을 놓치는 실수를 계속 했을 것이다.

아주 다행스럽게 가브리엘에게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보면서, 강이 아버지를 빼앗아간것이 아님을 냉철하게 받아들일수 있게 도와주는 계기가 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모르겠다. 그는 고통스런 시간의 터널을 지나왔기에, 인생에는 행불이 같이 존재하며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인생은 아름다움과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찰수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가브리엘이 결국 자신의 트라우마를 성공적으로 극복해간것도 멋지지만, 그보다 그 주위에 그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게 그려져 좋았던 책이 아닐까 싶다.

"너는 특별하고 유일무이한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렴"이라고 썼던 선생님의 편지도 멋졌다. 가브리엘의 옆에 이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의 고통을 이해하고 다독이며 성장하기 바라는 기원이 컸기에, 가브리엘은 비록 아버지와의 추억이 짧다는 슬픔은 있을지 모르나, 그의 인생에 있어 더 많은 추억을 선사해줄 근사한 사람들이 많다는 행복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