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섭 글, 유진희 그림 ’(그림 그리는 아이)김홍도’ - 보림

 

  제가 어릴 적 읽던 위인전과는 많이 다름을 느낍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위인전은 "유관순"이었습니다.

  책 서문에 작가의 글을 읽다가 어릴 적 책장이 생각났습니다. 백과사전, 위인전, 전래동화, 세계명작까지 갖출 건 다 갖춘 책장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아이들 문학에 관심도 없고, 전집출판사만 있던 시절 없는 형편에 엄마는 많은 투자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동생은 책을 좋아하지 않아 아쉽고 내가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 엄마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엄마의 책 읽어주는 소리에 글을 깨우쳤다고 하던 말씀도 기억나요. 엄마가 책을 읽을 때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어 주었던 것도 기억나고 비교적 글이 적던 전래동화를 드문드문 읽다가 모르던 글자를 엄마에게 묻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책을 보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 동생에게 읽어주던 생각도 나요.

  전집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나마 그때 읽었던 책읽는 즐거움때문에 지금도 제가 글을 쓰는 즐거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잘 쓰지는 못해도 즐거운 일 하나 쯤 있어 아이를 키우는 고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사진을 찍고, 여행을 가기도 하고, 예쁘게 옷을 입히기도 하고, 맘껏 학습지를 시키기도 해요.(선호하는 사랑표현 아니지만...) 전 아이들에게 책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요. 가끔은 잘 하고 있는 걸까 되돌아보면서.... 그리고 글의 강력한 힘을 믿기에 아이들이 오늘을 기억한다면 내가 가고 난 다음에도 블로그를 찾아와 손주와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쩌면 주책없는 할머니가 되어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에게 던지는 메시지 하나 남길 수도 있겠네요.

  갑자기 제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낸 건 작가의 말 때문이었어요.6살 큰 아이의 호기심 분야가 넓어지면서 인물이나 미술, 과학, 지리 분야 등의 책을 구입해서 읽고 있는데 몇 권 읽지 않은 위인전이지만 확실이 예전과 다름을 느껴요.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어떤 걸 의미할까요? 단지 그 사람의 이름을 알고 그 사람의 업적과 행적을 알면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고, 그럼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사실 연예인들 사생활문제가 터질때도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해요.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같이 사는 남편도 잘 모르는걸요. 7년을 산 남편도 알아가고 있는 중인데..... 사람들은 안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생각해요.

  이 책은 아이들이 위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책이 아닙니다. 김홍도가 어떻게 자기 꿈을 찾아 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더 나아가 부모가 책 속의 부모를 보며 깨닫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합니다. (작가의 말 중) 김홍도의 재주와 꿈을 무시한 채 부모는 김홍도가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래요. 가난한 김홍도는 하늘과 땅에 그림을 그려요. 세상에서 가장 넓은 도화지네요. 그러던 어느 날 긴 담벼락에 신나게 그림을 그리게 되요. 어떻게 되었을지 아시겠죠. 아이의 꿈과 소망은 그냥 짖굳은 장난이 되어 호되게 야단을 맞았어요.

 난 어떤 부모일까 많이 생각해보았어요. 아이에게 얼마나 자유를 주고 있는지요. 놀이터에 제가 나가면 아이들은 엄마 들어가라고 해요. 계속 "안돼, 위험해"를 외치는 엄마가 못마땅한거죠.

결국 꿈을 포기하지 않은 김홍도는 유명한 민속화가가 되지요. 김홍도의 작품 씨름도, 대장간, 서당 등 작품 몇 점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당에서 우는 아이가 꼭 김홍도 같네요.

 

  우리 아이들 무슨 그림인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계속 뭔가를 그리고 쓰고, 자신의 생각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문화란 제약.... 아니, 문화까지 갈 것도 없이 엄마에게 많은 제제를 받는 것 같아요. 대체 우리 아이가 지금 제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래서 물어봤는데 없데요.^^ 생각이 안 나는가봐요.

  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들 그림 그리는 공간말인데요. 늘 제한된 공간에만 그리게 한 것 같아 이번엔 정말 넓은 스케치북을 제공해주었습니다. 나름 정말 큰 인심 쓴 것이랍니다.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특이한 곳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어요. 스케치북의 공간을 벗어난 일, 그리고 휴대하고 다닐 수 있던 일 등이 아이들에게 큰 재미를 준 것 같아요. 지금 바로 알 수는 없겠지만 꿈도 주었다면 정말 좋겠어요.

엄마는 은지와 은수를 응원해. 화이팅!

 

1. 가방에 그림을~

-퍼즐에 그림을 그리고, 가족사진을 A4용지에 붙힌 후 스캔합니다.

-전사지에 출력하여 가방에 다림질하면 완성

2. 필통에 그림을~(요건 은수에게 선물)

-염색 색종이를 오려 붙힌 후, 페브릭크레 파스로 그림 그린 후

-필통에 대고 다림질합니다.

-단추로 기차 바퀴를 달아 포인트 주면 완성

3. 유리에 그림을~

 -글라스 펜을 이용하여 그리면 깨끗하게 지워저요. 넓은 베란다 창에 맘껏 그리는 자유를 주었어요.(OR 욕실에서 물을 뿌리거나)

- 몸이 도화지가 되어 그리는 재미도 있고요. 아빠 등은 가장 넓은 도화지에요.

-  이건 가끔 하는 놀이라 지난 번 놀이도 몇개 추가했어요..

4. 옷에 그림을~

-우리 아들 옷도 가위로 자르고, 몸에 그림 그리고 옷에 그림 그리기 일쑤! 진작 옷에 그림을 맘껏 그려 입게 할 걸! 진작 생각 못한 것이 아쉬워요.

-네임펜을 이용했는데 세탁 후에도 지워지지 않아요. 탈색은 좀 되요.

-페브릭 염색펜을 이용하면 더 좋겠지요.

5. 벽에 그림을~

이건 정말 저도 모험이었습니다. 아빠에게 혼날 각오하면서.... 그런데 넘 잘했다고 칭찬받았어요.^^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물었어요. 무지개를 그리고 싶다네요.

-일단 큰 붓으로 하늘을 팍팍 그리고, 무지개도 그리고(키 안 닿는 곳은 제가), 우주 스티커를 붙혀요.

-해놓고 보니 그럴싸해요. 얼핏 보면 포인트벽지 같아요. 제 착각^^

 

★ 예상치 못했던 효과 ★

㉠ 온 벽을 다 그림 그리고 싶어해요. 넘치는 자신감

㉡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감상하며 자고 싶어해서 자기 방에서 혼자 자요

㉢ 간 밤에 우주를 날아 다니는 꿈을 꾸었데요. 로켓타고 무지개도 보고...

㉣ 그래서 아이의 꿈을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우주복 입은 아이들도 만들어 주었어요.

이번 놀이는 꾸준하게 엄마의 마음을 비우고 시간날 때마다 해봤어요. 그냥 책이 알려준대로 자유롭게 애들이 그토록 원하던 곳에 그림을 그리는 방향으로 컨셉을 잡았어요.^^(넘 내용이 길어 만들기는 각각 나누어 올렸어요). 비우니 엄마의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살짝 두렵던 마음도 아이들이 잘 노는 걸 보면 잘했구나 생각이 들어요.

 

그 외에도 도화지 외 그릴 수 있는 공간은 많아요.

특별한 날 만들어서 선물하면 좋아할듯해요. 부채는 아이들의 강력한 팬클럽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드리고(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데요), 달걀(부활절)과 초콜릿(발렌타이 데이)은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면 좋아하더라구요. 우리 아이들은 해마다 요런 특별한 날을 무척 기다려요. 만드는 기쁨 나누는 기쁨이 함께 하는 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