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이야기를 읽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보다는 그림의 이미지가 머리 속에 남아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신화란 인간의 공통된 심리에서 유래되어 비슷한 이야기가 많지만 각 나라와 지역의 특색에 따라 그 내용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런 이유로 신화는 기독교적 입장에서 참거짓을 따지기 전에 우리의 것을 알기 위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과학은 얼마나 무신론적입니까?

  <백두산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 뿐만 아니라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신화의 특색과 느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화집이라해도 좋을 만큼 커다란 판형에 그려진 웅장하고 남성적이며 힘찬 그림들. 그 당찬 기운으로 우리 민족을 표현했기에 기운나고 기분 좋은 책입니다. 

  전 애국자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좋습니다. 난 미국인이 아닌 것이, 유럽인이 아닌 것이 참 좋습니다. 대한민국 땅이 어쩌고 저쩌고 뭐라 해도 난 이땅이 좋습니다. 단지 내가 태어난  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합니다. 국가 없는 설움따위 알지 못하지만 부모없는 아이를 보면 또 알 것도 같기에.... 내게 국적 하나를 줬다는 이유만으로도 난 이나라를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둠의 소용돌이 속에 붉은 기운이 터져나오고 벌어진 틈 사이로 동쪽으로부터 먼동이 트기 시작하니 어둠을 뚫고 세상이 생겼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청이슬과 땅에서 솟는 흙이슬로 동물과 식물이 생겨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힘찬 소용돌이를 지나 고구려 벽화같은 그림이 나타납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듭니다. 고구려벽화에서 옮겨온 듯한 그림이 실제 옛조선의 모습을 보는 듯 정겹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해와 달이 2개이니 모든 것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해와 달도 2개, 흑룡거인과 백두거인, 하늘님과 따님 등 이분법적인 구조가 시대의 불안감을 더욱 강조시켰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낮에는 너무 뜨겁고 밤에는 너무 추워 살 수 없었지요. 그래서 하늘님께 빌고 따님께도 빕니다. 자기를 드러내기 좋아하던 흑룡거인은 공을 세우는 것에 급급합니다. 성급한 마음에 뜨거운 해와 달을 손으로 잡으니 해는 너무 뜨겁고 달은 너무 차가워 잡을 수 없었지요.  그러나 따님의 명을 받은 백두거인은 천근활과 천근화살을 이용해 해와 달을 하나씩 쏘아 바다 속으로 떨어뜨렸습니다. 흑룡거인과 백두거인의 커다란 손만 그림에 담아 그들의 거대함과 웅장함, 인간의 나약함 등을 더욱 대조적으로 드러나 인상적인 장면이었지요.

  한울왕은 환웅을 보내어 예쁜 처녀와 짝을 짓게 하고, 환웅은 임금이 되어 부강한 나라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백두거인을 시기하던 흑룡거인은 옆 나라를 충동질하여 살기 좋은 조선땅을 침략합니다. 닥치는 대로 조선땅을 짓밟는 거대한 흑룡거인의 발이 너무 공포스럽고 무서웠습니다. 류재수 작가는 이 장면을 1982년 광주에서 대학살 소식을 듣고 이 그림을 그렸다는데....작가의 말 때문인지 그들의 함성에 귀가 아프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를 본 따님왕은 백두거인을 불러 그들을 구하라고 명하지요. 백두거인은 하얀 호랑이로 흑룡거인은 용이 되어 싸웁니다. 백일이나 지속된 싸움은 드디어 끝이 납니다.(다른 민족에게도 백을 기념하는 숫자가 쓰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은 기도의 염원처럼 완성을 의미합니다.)

  싸움에 지친 흑룡거인은 독수리로 변하여 도망치지만 백두거인은 학이 되어 좆아갑니다. 드디어 날카로운 부리로 독수리의 가슴을 뚫으니 흑룡거인이 모래로 변하여 그곳은 사막이 됩니다. 학이 독수리를 이기다니 놀라웠습니다. 백의민족이란 명칭답게 우리 민족을 표현하는 하얀 학이 독수리를 이기고, 하얀 호랑이가 전설의 용을 이겼으니 우리 민족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싸움에 지친 백두거인은 언젠가 다시 재앙이 올때 다시 깨어날 것을 약속하며 잠이 들지요.

  말을 마친 백두거인은 벌판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지고 세월이 흘러 백두산이 됩니다. 그러나 그 전설은 전해 내려져 '그대가 억눌려 신음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하고 사람들은 노래합니다.

  조선에 비가 오지 않아 흉년이 들어 큰 어려움이 생겼을 때 백두거인은 또 한번 깨어나 비를 퍼붓기 시작합니다. 호랑이 탈을 쓰고 기우제를 지내는 민족의 모습이 참으로 흥겹습니다. 힘든 역경 속에도 희망을 가지고 춤추는 모습에서 민족의 긍정적인 힘을 느낍니다.

  과연 백두장군은 지금도 잠들어 있을까요!

  난 그가 이미 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 속에 희망을 주었으니까요.

  용으로 상징되는 이웃나라 중국(몽골, 오랑캐, 한족, 여진족)은 우린 역사상 그들의 속국이요. 우리를 핍박하는 민족이었습니다. 병자호란 때 끌려간 조선의 여자들이 절개를 지키지 못하고 조선으로 들어왔다 하여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압록강에서 몸을 씻고 들어오면 용서하겠다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절차일뿐 그런 의식이 생겼다는 자체가 환황녀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의미하겠지요. (송우혜 저 <하얀새> -푸른숲) 또 공민왕은 훗날 원나라를 배척했으나 그가 고려 왕이 된건  원나라 공주와 결혼했기 때문에 처가의 덕이 컸지요. 암튼 중국은 우리 역사상 아주 밀접한 나라였고 정치와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단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중국은 13억의 인적자원과 산업자원도 풍부하고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난 대한민국이 훨씬 앞서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솔직히 경제적인 수치 따위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중국여성들이 우리나라 남자와 결혼하는 한국드림을 꿈꾸고, 중국사람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벌며 때론 무시(옳은 태도는 아니지만)도 당합니다. 중국의 문명을 높이 사던 조선인들은 이젠 없습니다. 중국물건하면 안 좋고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 한국사람은 있습니다. 나라의 위치가 바뀌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조선이기에 살아갈 수 없다던 여자의 운명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나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여성인권은 열악한 것 같습니다.

  언제나 우린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하며 헤쳐 왔습니다. 나라가 없는 설움에도 민족과의 분쟁에서도 우린 일어섰습니다. 비록 나같은 아둔한 머리로는 작은 실천밖에 생활화 할 수 밖게 없지만, 많은 인재들이 계획을 세우고 지혜롭게 긍정적인 국민의 힘으로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물론 중국과의 관계가지고만은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백두거인 뿐만 아니라 각 나라에 백두거인 같은 존재들이 각 나라 사람들 마음 속에 일어나길 바랍니다.

  선비같은 고상한 학(문인)이 독수리를 꿰뚫어 쓰러뜨린 것처럼..... 지식과 지혜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정책을 세우며 외교를 하고, 용맹한 호랑이의 기계로 국방력과 위상을 드높힌다면 분명 강대국이 될것입니다. IT 강대국을 넘어 진정한 강대국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