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보림]천천히 즐기며 읽는 책

 

나는 많은 책을 읽는다. 책 읽느라 바쁘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 책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있기 보다는 일상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이었다는 반성을 하게 했다. 책이 좋아 늘 가방에 넣고 다니지만 사실 짬을 내기 조차 숨 바쁜 날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민 선생님이 알려 준대로 천천히 줄도 긋고, 메모도 하고, 생각도 하며 읽어보려 노력했다. 옛날 선비들은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을 다독이라 여겼다고 한다. 지금보다는 출판량도 적고 고전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늘 책 읽는 시간을 정하고, 정독한 것만 책 읽은 것이라 여기고 표시를 남기며 읽고 또 읽으며 그 책을 외우듯이 읊었다니 다시 생각해도 부럽다.

  작가는 요즘 아이들이 책도 더 많이 읽고 공부를 많이 하는데 발전이 없는 것은 지혜가 아닌 지식 위주의 독서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에 공감한다. '아이들에게 독서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란 질문에 지식이나 정보를 찾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어머니들은 책을 왜 읽으십니까?' 그때는 좀 더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럼 아이들은 지식을 위해 책을 읽어야만 합니까?'라고 다시 물으면 그제서야 어머니들은 '아니오'라고 답하지만 '그래도...'란 단서가 붙는다.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지식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쉽지만 공감과 이해가 필요한 문학책 읽기는 대화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얼마나 한 권의 책을 읽고 감동했는지 이야기를 할 때 이해못하겠다는 듯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을 대할 때면 그만 기운이 빠진다. 누구나 느낌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자신을 변론하지만.... 아니다. 감성의 문제이다. 공감의 문제이다.

 

  <고전 독서법>을 통해 내 독서습관 뿐 아니라 아이의 독서습관까지 검토해볼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관련 책을 찾아 오고,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을 가진 아이들때문에 번거로운 마음도 있었지만 기특하기도 했다. 9살 큰 아이는 숙제가 나오면 간단하게 해도 될 것을 주제를 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만족스럽기도 했다. 아이가 주제별로 관련책을 꺼내어 찾는 모습은 아름답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20분 정도면 할 쉬운 숙제를 2-3시간씩 걸려 하는 것을 보면 느린 것이 정답이란 생각이 든다.

  책 읽을 때 소리내어 읽는 낭독은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말이 입에 잘 붙는 글이 자연스러운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글을 퇴고할 때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소리내어 읽으면 힘들던데 옛선비들은 참 기운도 좋다.

 

  책 초반부에는 작가가 책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冊(책)과 관련된 한자를 풀이해주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冊(책)은 대나무 조각을 묶은 모양을 따른 글자이다. 典(전)은 책을 책상 위에 모셔 놓고 살피는 모양이며, 역사책을 靑史(청사)라 부르는 것은 푸른 대나무를 잘라 기록했기 때문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깍아 내거나 없앤다는 뜻을 가진 删(산)을 살펴보면, 冊(책)과 刂(도)가 합해진 글자임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책에 글씨를 쓰다가 잘못 쓰면 칼로 깍아 내야했기 때문이다.

 또한 책자 넘기는 방식, 책의 재질, 책의 크기, 글씨 쓰는 방식 등에 따라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며 동서양의 책 읽는 여인들의 모습을 모아 그림을 올렸는데 그것 역시 흥미로웠다.

  책이란 글자에 담긴 유래와 책의 물리적 형태까지 생각하며 이야기를 끌어낸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을 했으며, 작가의 차분하고 설득력있는 내용과 구성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시대에 따라 책을 읽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처럼 오래된 것을 낡은 것으로만 여기지 말고, 그 속에 숨은 더 멋진 미래를 찾아 낼 수 있는 독서를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