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에 이어서-

소설은 죽음을 앞둔 문용이 현실과 과거를 혼동하며 점점 과거의 꿈으로 빠져들며 시작한다. 자신의 탄생을 1인칭 시점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태어나면서 엄마를 죽인 살인자라는 아픈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가 그토록 희생하고 사람들을 사랑했건만 왜 그의 죽음은 외로운 것일까? 교도서에서 인연이 되었던 여부장과 선교사가 전부였던 이유가 내내 궁금했다.

 

서울에서 철원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던 김학규. 시어른이 죽고 나서 큰 가족을 이끌었던 문용은 시동생 철진이 돌아오자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서울로 거처를 옮기고자 먼저 서울로 내려왔던 문용은 6.25가 일어나자 혼자가 된다. 시댁식구는 휴전선을 내려오지 못했다. 의사개업을 해서 잘 산다던 숙진은 또 어떻게 된거고....그녀도 북에 남았나?

특히 옹주로서의 신분을 드러내지 못함을 이용해 괴롭히는 이지용과 시삼촌을 피해 중국으로 피해 있을 때에도, 철원의 힘든 생활 할 때도 , 생사의 피난길에도 함께 했던 안암댁 생사가 궁금하다. 그녀는 죽었을까? 마음 여리고 고왔던 안암댁은 어찌 되었을까? 시동생 철진의 사상으로 공산주의로 오해받았던 문용은 오랜 도피생활 끝에 결국 10년이 넘는 형을 살다가 나온다. 한 번 면회를 온 뒤로 소식을 알길 없다. 모든 것을 주었던 정많고 사랑많은 문용의 주변사람은 그렇게 하나 둘 소식이 끊어진 것이 너무 아쉬웠다. 기록이 얼마 없어서인지 문용의 삶이 그런것이었는지 알길 없다.

 

1부에서 우여곡절 많은 어린시절과 극적같은 신분상승을 다루며....철원에서의 30대 초반의 삶의 애환을 깊이 다루었다면 2부에서는 전쟁부까지 급작스럽게 진행되어 40대의 삶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 비해 사상을 의심받아 10년이 넘도록 된 감옥생활은 문용의 삶보다는 감방생활사에 치중되어 길게 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덕혜옹주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을 삶이었건만...인정받지도 못하고 옹주로서의 자존감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간 문용의 삶이 너무 아프고 아팠다. 더구나 일제시대가 지나고 해방을 맞이하여 또 다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희생자가 되어 인생의 후반을 마감했던 문용의 삶은 더더욱 비참했다.

 

유주현 작가는 ’나는 문용옹주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란 말을 남겼다. 쓰고 나면 미련이 남을 법도 한데....얼마나 문용의 인생에 대해 마음 아파하면서 써나갔을까 마음에 와닿았다. 문용의 입을 통해 전하는 황녀의 이야기는 객관적이면서도 그 시대의 비참함을 잘 드러내주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더구나 비극적인 문용의 삶이 더욱 그러했다. 근대사의 아픔은 정치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았던 문용의 담담한 말투와 대범함으로 깔끔하게 전해졌다.

 

문용의 아픔이 한동한은 갈 것 같다.

문용옹주. 공주님. 편히 쉬소서! 그곳에선 아무것도 더이상 미안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