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기차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추천 받았다. 정말 가벼워서 금방 쭉 읽었다.

여러 등장 인물의 이야기가 파트별로 진행되고, 모든 등장인물이 마지막에 연결되어 한 공간에서 만난다. 나미야 잡화점과 비슷한 구성이었지만, 그때보다 공감과 감동은 약했다. 아마도 주 배경이 내게 친숙하지 않은 스키장이어서 그렇고, 연애의 행방을 고민하고 있는 인물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이미 내가 뛰어 넘은 나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 나이에 내가 했던 고민과 연애가 아니라서, 비슷한 맥락이 크게 없어서 그렇다. 나미야는 나이를 떠나서 인생에서 한 번쯤은 고민해봄직한 문제였기 때문에, 꼭 그 상황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경험을 가질 수 있는 보편적 문제였기 때문에 쉽게 공감을 하고 나만의 답을 찾아보았기에 재미가 있었는데, 이 책은 아니었다. 지금 이 나이에, 내 연애의 행방을 고민하더라도 이 책에는 공감이 안 됐다.

연애에서 다른 이성에게 호감을 갖고, 이를 추구하는 것은 정말 나쁘다. 이 책에서 두 명의 남자가 그렇다. 첫번째 남자는 다른 여자와 같이 자기 전에 딱 걸려서 모두와 헤어지고, 두번째 남자는 좋은 동료들 덕분에 불륜을 노리던 곳이 프로포즈 현장으로 결정된다. 첫번째 남자는 헤어진 후에도 잘못했다며 여자친구에게 사과하고 돌아와달라고 하여 해피엔딩. 나라면 이 경우 받아줄까? 받아줄 것 같다. 다른 여자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경험은 있으나 그가 후회하며 돌아온 경험은 없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만약 그때 돌아왔다면 받아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에도 돌아오기만 하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한다면 받아줄 것 같다. 두번째 남자는 결혼을 고민 중인 여자친구가 있었으니 누군가 확실하게 등 떠밀어줄 필요가 있었다. 등떠밀려서라도 확실히 결정을 해야 더 이상 다른 여성에게 눈길을 주지 않을테니까. 종종 이런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막상 정착을 하고 나면 성실해지는. 아마 이 남자는 괜찮은 관계를 이어갈 것 같다.

연애의 행방은? 결혼을 하든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든가, 괜찮은 관계를 시작하려 했는데 나만의 사정으로 접어야 하든가, 혹은 상대의 사정으로 일방적으로 거절당하든가. 기존의 연애가 있으면서 새로운 연애를 확장하든가, 전의 연애를 형식상으로만 끝냈으면서 새 연애를 해볼까 하든가, 한번도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하고 있든가. 책속 연애는 이런 모습이었다. 

지금 내 연애의 행방은? 연애는 일단 시작이 되어야 하고, 지속이 되어야 한다. 연애 만세!! 이렇게 글로 정리하면서 다시 책을 떠올려봐도 두근거림이 별로 없다. 연애 책인데 설렘과 두근거림이 없다니, 내 취향에는 약한 책이다. 현실 연애와 조응해서 내 연애를 떠올리게 해주고, 혹은 공감가거나 어느 쪽이 더 설레는지 비교가 되게 해주는 연애 소설이 내 취향임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