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책은 작년에 구입했지만 막상 미루고 미루다가 연수 과제로 독후감이 있어서 집어 들었다. 읽으면 나의 부족함을 깨달을 것만 같아서, 무서워서 부끄러워서 읽지 않고 묵혀 두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연수를 듣는 것 자체가 나를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니, 그 과정 속에서 나에게 채찍 한 가닥 더해진다고 해서 나쁘지 않겠지 싶어 용기 냈다. 읽으며 정말 반성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배우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읽고 나서 교사 김태현을 만나고 싶어졌다. 내 수업도 공개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공유하고,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보고 싶어졌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없어 적극적인 수업 컨설팅을 요청할 수가 없었다. 이 선생님의 수업을 보고 싶다가 가장 정확한 느낌일듯. 수업을 보고, 내 수업과 비교하여 내 수업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정도가 부담없는 타협점이랄까.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이 혼자만 취해서 열강하고 만족스러워한 수업에 대한 자기 반성.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아이들의 초반 반응이 정말 좋아서, 마치 함께 숨쉬고 있는 것 같아서 50분간 온갖 쇼맨십을 발휘하며 수업을 했었다. 아이들이 몰입하고 있다고 착각한 채로. 수업 마치자마자 쓰러지는 아이들을 보고 정말 혼신을 다해 불태웠구나 하며 스스로 만족해했다. 물론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 이러한 수업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비율의 문제랄까.

책에 제시된 상황은 요즘의 나에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수업 중 나의 말에서 시험이 나올까 집중하고 듣고 있으며, 활동에서 점수가 깎이지나 않을까 조바심내며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수업을 지배한다는 말이 글자 그대로 지배한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이다. 하지만 주입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글을 읽고, 점수가 아니더라도 글을 즐길 줄 알게 만드는 수업까지 욕심이 난다.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대외용으로 작성했던 독후감

교사의 가장 주업무는 뭐라 해도 수업입니다. 수업이 잘 진행되면 하루가 기분이 좋고, 마음과 달리 진행되면 기분도 안 좋아집니다. 그런데 잘 진행된다는 것의 의미를 그 동안은 교사인 나 중심으로만 생각해오고 있었음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났는가, 아이들이 의미있는 활동을 통해 성장하였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나의 계획대로 진행하였는가, 아이들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을 잘 전달받고 필기하였는가를 중심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무도 졸지 않고, 대답도 잘하고, 필기도 열심히 하는 것은 괜찮은 수업입니다. 그렇지만 더 들어가서 아이들이 국어 수업을 통해 경험을 확장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책을 계속 읽어나가자 과연 나 스스로에게 확고한 교육 철학이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애초에 교육 철학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계속해서 교육 철학이란 단어가 나오고, 이에 따라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에 설득되었는데, 오히려 내가 교육 철학을 따로 세우지 않았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수업을 해주면서 동시에 지식 전달도 충실히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지만, 이런 생각이 교육 철학인 것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교육 철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나의 교육 철학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반성을 하니 좋은 수업, 잘된 수업 등 이러한 수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당연스레 생겨났는데, 책을 계속 읽다 보니 그 해결책도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4명이서 함께 가르치는 교과 특성상 혼자서 다른 방법을 택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고, 그 준비량을 혼자 해결할 자신도 없습니다. 하지만 수업 친구를 사귀어서 수업을 나누고, 함께 성찰하며 나의 내면부터 변화하여 함께 하는 동교과 4명만이라도 변화가 공유된다면 충분이 가능할 것 같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혹시 교과 내에서 실패하더라도 다른 교과의 친분이 있는 선생님에게 부탁하여 꼭 수업 친구를 맺고 진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 속에 이미 떠오르는 선생님들이 있으니 먼저 관련 책을 좀 더 읽고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후 부탁드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