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맨 앞에 써 두는 추신: 읽으며 메모해둔 내용을 따라 책을 다시 뒤적거리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긴 리뷰를 쓴 후에야 든 생각이 책 제목에 안 어울리게 정리되지 않은 리뷰라는 반성이었다. 더 짧고 간결하게 썼어야 했다. 생각도 단순하게 정리해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청소와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 무질서 안에서 불편없이 살고 있는 나. 정리정돈을 외치는 책을 읽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읽어봤자 필요없을 것이라 핑계대며 피하고 싶은 욕구도 있는 나. 일명 실용서, 자기계발서에 대한 불신이 더해져 후자의 욕구가 승리하였으나, 독서토론 모임의 대상도서가 되어서 강제로 읽게 되었다.

(최근 독서토론 모임 대상 도서들이 하필 다 자기계발서였다. 여러 권을 비슷한 시기에 읽으니 자기 계발서의 필수 어휘가 '타인의 인정, 자기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제가 다른데 결국 나오는 핵심 어휘는 똑같은 것이 웃기다. )

정리의 기술에 대해 알려주고, 행복과 삶에 대해 연결하고 있다. 뒷부분으로 가면 행복에 대한 생각을 쓰고 있는데, 다른 책과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책에서 말하는 행복은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달린 느낌이다. 과연 소박한 행복은 자기만족인지, 자기기만은 아닌지 반발이 들 때도 있고, 답은 모르겠다.

읽은 후의 느낌은 반은 좋고, 반은 별로. 정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욕구는 더욱 커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나의 삶으로 인한 죄책감도 커져 버렸다.

읽은 후 내 삶의 변화 .

1. 읽은 다음 날에 책에서 제시한 것 중에 유일하게 따라하기 쉬워보인 그날의 빨래를 빨기와 바로 설거지하기를 시도했는데, 일주일만에 그만 손빨래가 밀렸다. 그 간단한 일을 하는 5분이 귀찮아졌다. 결국 쌓아서 모아둔 후 세탁기로 하는 삶으로 돌아왔다. 설거지는 그때마다의 기분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2. 책을 읽은 후 거의 3개월이 지나서 언제나 가장 큰 할 일로 느끼던 옷정리를 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엄청난 양의 옷을 버릴 것으로 분류했다. 버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여전히 많은 옷이 남아 있다. 낡은 옷, 안 입는 옷, 입고 싶다고 희망만으로 가지고 있는 옷. 앞으로 이 옷들도 정리한다면 더 가벼워질 것이다.

3. cd를 정리하고 있다. 어차피 새 노트북에 CD리더기가 없다. 외장하드에 옮겨야 한다. 자의 반, 타의반으로 정리하고 있다. 책과 사진도 정리해야 한다.

4. 큰 짐 하나 더. 냉장고를 정리해야 한다. ㅠ

기술의 발전으로 더 혁신적인 물건이 등장하면서 물건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61쪽

- 나는 어떠한가를 생각해 보았따. 발전된 물건을 새로 구입하지만 옛 물건들을 버리지 않는 편이었다. 불필요해진 바로 그때, 이른 때에 중고로 팔아서 조금이라도 비싼 값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 팔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지금은 줘도 안가져가는 상황이니 쓰레기가 된다. 그렇지만 이런 습관이 들려면 돈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필요를 느낄 때 다시 살 수 있으면 되니까. 버리지 못하는 것은 습관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또 쓸 수 있을 것이란 걱정과 희망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특히 책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에 '그리스 로마 신화'와 '오디세이아'를 빌려줄 일이 있었다. 시골의 도서관에는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구하고 있던 참이라고 말한 사촌동생이 때마침 집에서 이 책들을 보고 매우 반가워하며 빌려 갔다. 물론 가끔 이렇게 필요할 때를 위해, 언제인지도 모를 몇 번을 위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지고 있고, 눈에 보여야 필요가 충동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이에 대한 반박으로 보이지 않아서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면 진짜 필요한게 아니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무엇이 맞는 것인지 생각할 수록 모르겠다.

원하는 것을 이루었는데 불행한 이유는 익숙함때문-69쪽

-익숙함은 당연함을 거쳐 싫증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의 이 생각에 대해 반대한다. 옷이나 집이 싫증이 아니라 낡아서일 수도 있다. 10번 입은 청바지가 처음 입을 때의 쫀쫀함을 준다면, 10년 전 애타게 찾은 집이 여전히 그 처음 상태라면 계속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입고 싶은데 찢어진 청바지의 경우가 있었다. 익숙해서 만족했는데 더 이상 입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유행에 뒤처졌기 때문에 싫증을 강요받을 때가 있다. 익숙함을 단순히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이나 사회 규범이 유행에 뒤처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난 익숙함이 좋지만 싫증을 내야만 하게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현재에는 물건을 손에 넣은 후 미래에 느낄 기분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물건을 주기적으로 사고 그래서 물건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한 것도 동의할 수 없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통해 반복되면 만족감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미 알고 다. 또한 물건을 항상 나중에도 좋아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현재 좋아보이기 때문에 사는 것이고, 나중을 생각하지 않아서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리고 '기쁨이 가격에 비례해 커지지는 않는다'라는 표현은 너무 당연한 말을 써 두어서 오히려 정말 어이없었다. 기쁨이 가격에 비례한다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99도의 물과 100도의 물은 작은 차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작은 차이는 때로 엄청난 차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차이를 물리적으로 환산하여 비례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위험하다.

너무 끼워맞추기 식 설명이라는 반발이 든 부분이었다. 물건이 많아진 이유는 익숙함, 불만족의 문제가 아니라 버리지 않아서일 뿐이다. 새 것을 사고도 예전 것을 버리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 새 물건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때로는 새물건의 필요보다는 '그냥 정말 갖고 싶음'이 더 가치있을 때가 있다. 피천득의 '은전 한 닢'이 떠올랐다.

비움의 기술 중 RULE 3- '버림으로써 시간, 공간, 수월해진 청소를 얻는다'는 구절은 매우 신선한 깨달음이 되었다. 보이는 가치와 보이지 않는 가치를 대비하니 버린다는 행위의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게 인식되었다. 하지만 RULE12-'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는 물건을 버리라'는데 과연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심각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 직장인이라면 정말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30살이 되도록 명품가방 하나 없던 나에게 주변에서 그 나이에 그런 가방이 없다니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타박하던 이 사회에서 얼마나 꿋꿋할 수 있을까? 또한 RULE15 -'추억은 디지털로'는 아직 답을 모르겠다. 디지털 사진은 잘 안보게 된다. 휴대폰 사진은 잘 보지만 굳이 컴퓨터를 켜서 사진을 보진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앨범이 더 궁금해질 때가 있다. 클라우드를 이용한 백업은 유럽 여행 사진을 다 날려먹은 터라 매우 공감하지만, 앨범이나 편지 모두 스캔하고 버리라는 조언은 확신이 안선다. RULE39에서 '박물관을 할 정도가 아니면 컬렉션을 버리라'는데 꼭 이정도의 열의로만 수집해야 하나 싶은 반발이 들었다. 수집품을 얻는 그 순간 순간의 만족감과 얻기 위한 노력의 과정은 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것인가!

제일 마음에 든 구절은 '중요한 것은 줄인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다.'-166쪽.

내 삶의 기준을 나에게 맞추는 것을 인정해 주는 구절이고, 자신의 정리정돈을 강요하지 않는 구절이라 마음에 들었다. 줄인 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고 싶은 것이 딱히 없다. 그러므로 현재 줄이는 일에 필사적일 필요가 없다는 위안도 생겼다.

줄이는 것 중에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인터넷 단식을 시도해 보았다. tv나 스마트폰 등을 버리고 인터넷 단식을 하면 사회 문제에 대해 무신경해지고, 너무 개인주의적 삶만 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예를 들어, 이를 실천한 3일 동안에 외부 문제에 대해 알수 없었고, 모르니 무신경해졌다. 물론 이런 외부 문제가 나의 삶에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더 좋은 삶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고, 모르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도 안들고,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들테니 말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무언가를 한다면 먼저 알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