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직장에 정말 실망하고, 또 한번 이런 곳을 계속 다녀야 하는가 고민할 때 골라 든 책.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서 자료 조사를 해보았지만 이직에의 자신감을 얻지 못하고, 상황은 계속 우울하기만 할 때 한 순간에 읽어버렸다.

제목이 정말 멋졌다. 마치 친구를 만나러 나왔는데 집에 무언가를 잊고 나온 것을 깨닫고 다시 들어가서 금세 가볍게 해결하고 나오는 듯한 느낌. "잠깐만, 나 깜빡한 거 있다. 회사 좀 때려치고 올게. 자, 다 됐다. 가자~!"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부럽고, 통쾌한 말이던가!

나에게 회사란 그만두고 싶지만 여러 현실적인 제약 앞에서 그만두지 못하는 그런 곳이기에, 이런 가벼운 듯한 말투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책의 내용은 사실 내가 기대했던 바대로는 아니었다. 직장 때문에 과로와 불만족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우연히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귀었지만, 그는 사실은 그가 아니었고,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이 제시되어서 읽으며 조금은 갸우뚱했다. 결론은 죽을 만큼 힘들다면 직장을 그만두라는 조언!! 당연한 소리이지!!

 

사람들은 왜 이리 죽음을 쉽게 생각할까 싶다. 자살이라니 말도 안된다. 직장이 아무리 힘들게 하고, 좌절하고 우울하더라도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수가 있을까? 직장 안다니고 살아있기와 직장 다니다 우울해서 죽기 중에서 고르라면 당연히 전자를 택해야 하지 않나? 고민할 여지가 1도 없는 선택지이고, 후자를 택하는 것은 정말 틀린 선택지인데. 이해할 수 없다. 직장 안다니고 살아 있기가 힘든가? 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하지만 죽기가 더 힘들지 않나? 살아 있을 때의 모든 행복을 다 잃어버리는 것인데 훨씬 힘든 일 아닌가?

 

내가 짜증과 불평 속에서도 여전히 지금의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유는 죽음이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나에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다음 단계로 직장이냐 백수냐 사이에서는 아직은 돈이 필요하고, 미래에 폐지를 줍지 않는 삶을 원하는 현실적 욕망이 있으니 당연히 백수보다는 괴로워도 직장이다. 못참겠다고 느껴 아무리 고민해봤자 차선으로 이직이냐 현재의 직장이냐의 선택지 뿐이고, 이직의 선택지를 고르기에는 소심하고,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힘들고, 괴로워도 현재의 직장에 다닌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괴로워도 친구와 수다떠는 순간, 커피를 내리는 순간 등 소소하게 짧지만 한 순간은 마음 편한 때가 있기에 참을 수 있다.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은 하루는 없다. 어느 화장실에서 본 문구인데 공감갔다. 인생은 전체적으로는 비극일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희극이 들어 있다. 이런 비슷한 문구도 있었다. 나의 직장 생활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