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부쩍 직업, 일,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읽은 책.

 

사실 직업 표류라 하여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혹은 직업을 구하지 않고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업을 구한, 이직한 사람들 8명의 이야기였다. 조금 읽다가 표지를 다시 읽으니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타협했는가?'라고 써 있었다. 정확히 이러한 내용이다.

 

이직을 살아남음, 타협의 관점에서 본 책이라는 점에서 전에 읽은 '사표의 이유'와 조금 달랐고, 매우 현실적이게까지 보여서 나의 욕구와 방향이 일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역시 직장을 시원하게 그만두지 못하는 나의 현실을 생각하니 나보다는 나은 삶인 것 같아서 대리만족감은 그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꿈꾸는 것도 이직이겠지? 일의 내용은 그대로이지만 일할 조직은 바꾸고 싶은 마음. 실제로 이직한 사람들의 정말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가끔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것 같지만 사실은 연봉이나 근무 조건이 불만족스러운 것이 근본 이유가 아닌가 싶은 사람들 편도 있었다. 그것을 자아, 인간관계, 성취감 등의 단어로 포장했을 뿐 실상은 남과의 비교, 적은 연봉이 원인 아닌가라고 묻고 싶은 경우도 꽤 있었다. 나도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으니까^^

 

다른 직업군에 대해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직업에 대해 내가 전혀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을 소개하고 있어서 나의 시야를 조금 더 넓힐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직업을 고민할 학생들이 읽으면 조금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아직 직장을 구하지도 않고, 직장 내 부적응을 겪지도 않은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고민이 눈앞에 와닿지 않을 것 같고, 나에게만큼 크게 울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회사원이 아니고, 그 회사 안에도 다양한 부서가 있고, 그 일을 하는 것이라는 점만 알고 회사에 들어가도 조금은 마음이 적응하기 편하지 않을까?

특히 출판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다가 식품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편에서 나온 말이 인상적이었다.(89쪽)

'출판사에 들어가고 싶었던 게 아니라, 혹시 그것밖에 몰랐던 게 아닐까? 자기가 잘할만한 일을 찾다 보니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입시 면담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살며 느낀것이, 아는 것이, 경험한 것이 적으니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명확히 모록, 혹은 되고 싶다고는 하지만 실상을 모르고 너무 편협하게 과나 직업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매우 안타깝기는 하지만 겪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는 하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드무니 아이들에게 정보를 줄 수 없다. 책을 읽다가 이직 컨설턴트가 된 사람의 내용과 관련하여 주변의 헤드헌터와 이야기 나눌 기회를 찾아 함께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헤드헌터로부터 간접적이지만 교사에 대한 욕을 한 바가지 먹었다. 교사가 모르니 아이들한테 제대로 알려 주지 못하고 있다고. 교사가 다 찾아주어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항변했지만 살짝은 부족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시기가 입시 면담 시기였기 때문일까.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된 내용들이 마치 잘 된 자기소개서 같았다. 지원동기, 진로계획 등을 쓰고, 상대의 장점을 중심으로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며 이직할 때 쓴 자기소개서를 내면화한 후 인터뷰에 응한 느낌이랄까.

 

인간관계 때문에 이직한 사람의 편에서 '부서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없었습니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자네는 정말 혼자였구나. 미안하다.'(185쪽)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지금은 동료가 생겼지만. 나는 왜 2009년, 2010년에 힘들었나? 인간관계상 고립은 아니었지만 위안은 없던 시기였다. 왜 그렇게 된 것이었을까? 지금 내 곁에 있어주는 동료들이 떠올랐다. 고마움에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