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비슷한 류의 책일 줄 알고 골랐다. 그러면서도 한결 더 가볍게,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게 도움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었다. 유시민의 책이 방법을 설명하고, 문장론과 글쓰기 이론에 대해 설명하여 조금 진중한 글에 대한 것과 달리, 이 책은 수많은 예시를 통해 글쓰기, 특히 광고 문구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다지 나의 언어 감각이 창의적이거나, 상황에 그 순간 딱 맞는 순발력을 갖춘 상태로 발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책이 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하며 꾸준한 연습을 요구하는 책이기 때문인 듯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자주 한 생각은 역시,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지? 어떻게 이런 언어 유희를 했지? 이런 사람이 광고 문구를 쓰는 것이구나!'였다. 광고 문구라는 한정된 글자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일상적인 말하기를 뒤집어서 비틀어 쓰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언어 유희가 동원되는 과정이었다. 사례로 제시된 글 중에는 그동안 이미 보고 기발하다고 감탄을 표했던 작품들도 있었고, 혹은 조금은 억지스럽다고 느끼게 된 글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떤 평가를 내렸든지 간에 그 결과물을 내기 위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주제에 맞게 언어를 비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대단하긴 하다.

 

주변에 순식간에 상황에 맞는 말을 재미나게 던져서 분위기를 바꿔주는 사람들이 있다. 물어보면 그 상황에 그 말이 떠오른다고 한다. 아마도 어느 때인가 이미 많은 연습이 이루어져있는 것이겠지? 유머로 사용할 수도, 직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비틀어 말하고 글쓰는 능력이 부럽기는 하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구절: 그 물에서 나오십시오.(그물에 갇힌 그림 아래)

-마치 지금 나에게 지금 일상의 틀을 깨고 나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속해있는 물이 나에게 탐탁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해주고, 결국은 그 상황이 나를 그물처럼 옭아매고 있다고 동의해주는 듯했다. 이 이중적인 의미 모두가 확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