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라고 하여 조금 기대를 품었다.

이과생들과 시 감상을 할 때 나의 감흥과 애들의 감흥이 너무 폭의 차이가 커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좌절도 깊었고 해서 상당히 끌렸다.

하지만 읽으면서 수업 중에 시를 함께 읽을 방안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대학 시절에 전공에서 배운 현대시 강의가 떠올랐다.

담당 교수님 성함이 아무리 기억해도 떠오르지 않는데 정말 감동적인 시수업이었고, 나중에 나도 이런 수업을 하고 싶다는 나의 다짐이 기억났다. 나는 그 때 박재삼의 '추억에서'를 발표하고 질의응답했던 기억이 있고, 교수님의 강의 중에 한용운의 '알수없어요'가 정말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시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강의를 듣는 내내 '이 시를 이렇게 감상할 수 있다니'하며 엄청 감동했던 기억. 이 책의 저자인 정재찬 선생님이 그때의 선생님은 아니시겠지? 그때의 선생님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모르겠다.

 

사랑에 대한 시 감상에서 영화를 연결짓고, 노래를 연결짓고 책을 읽으니 3시간의 강의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려볼 수 있었다. 50분의 입시 수업에서 이런 내용을 이런 방법으로 전달하려면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미리 시청각 자료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기다려가며 1시간에 1작품도 다 못 감상할 수도 있는 부담을 감내할 마음의 준비까지.. 정말 할 수만 있으면 재미있고, 감동적인 시 감상을 하면 좋으련만~

 

좋았던 점!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랑 같이 들으면서 읽었더니 더욱 감상이 쉬웠다. 평소 익숙한 시들을 주로 담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익숙한 시이니 만큼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또 시에 대한 주변 이야기도 더 들을 수 있었다. 천상병의 '귀천'을 노래로 들어보고,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에 대한 배경도 듣고. 좋아하는 시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그래서 더 좋아졌다.

 

아쉬웠던 점!

'가난한 사랑 노래'를 설명하면서 학교에서 따뜻한 인류애를 주제로 배우니 시에 대한 감흥이 없는 것이라고, 그냥 가난하여 사랑까지 포기해야 했던 청년의 울분 섞인 노래로 감상하라고 한 내용이 있었는데 조금 반박하고 싶었다. 인류애라니, 나조차도 저런 주제로 배운 적 없고,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있는데. 언제적 배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렇게 가르치는 사람이 있기에 배운 사람이 있는 거겠지, 나는 좀 더 자유로운 시감상을 함께 하고 싶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가져 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