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프로젝트, 요즘 나에게 매우 익숙한 말이기에 읽어 보았다.

인문학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은데, 과연 어떤 것이 인문학이고 어떤 결과를 내야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아직도 모르겠던 차에 모델을 삼을 수 있을까 싶었다.

일단 인문학을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위안을 얻었다. 많은 장병들을 감동시킨 강연이라더니 이런 쉬움이 매력이었나 싶다. 어차피 전문적이 될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인문학에 흥미를 갖는 것을 프로젝트의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면 괜히 철학, 사회학 등 어려운 내용을 체계적으로 읽고 탐구할 필요는 없는 것이란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이 책도 군인용이 아니라 매우 소소한 몇 구절을 제외하면 그냥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내용이다.

또한 문제 제기-관련 학자 소개-자신의 생각 전개로 매우 깔끔한 글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읽기가 편했다. 학자 소개에서 용어를 명확히 하고, 의미를 설명하며 논의의 범위를 제한한 점이 읽으면서 집중력을 높게 해주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부분에서는 작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힘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읽는 내내 은근하게 힘을 전해받을 수 있었다. 때로는 더 나아가 사회학의 전문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연결지어 따라 읽는 독자인 나도 나의 생각을 자연스레 사회학과 연결지어 볼 수도 있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일상과 연관지어 생각할 것은 많이 있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리더십, 리더의 유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할 수 있었으니 너희들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노력을 강조하던 사람이었고, 이러한 리더는 용기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강제를 하는 부덕의 리더일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는 여전히 내가 목표한 바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말로는 쉬워보이는 관리적 권력, 즉 매력을 가진 리더가 되어야 하는 방법은 신뢰라고 작가는 말하는데, 이를 실상 나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방법은 아쉽게도 잘은 모르겠다. 아마도 이는 시행착오 속에서 내가 찾아가야 하는 것이겠다. 책의 모범을, 혹은 주변의 누구를 따라서 해보고 나의 성향과 현실에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의 유형을 빨리 체화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후반에 키치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동안 키치에 대한 나의 지식은 키치시, 즉 진짜 시다운 느낌은 없으면서 그냥 장난인척 시인척 하는 것, 말장난 같은 시를 일컫는 것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키치에 대한 예와 설명을 들으면서 키치에 대해 좀 더 넓게 알게 되었고, 추천된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특히 매트릭스를 키치에 연결지어 설명한 부분에서는 정말 쉬운 설명이라고 감탄했다. 나는 과연 빨간약을 먹을까 파란 약을 먹을까?

나는 행복하다. 물론 때로는 무기력할 때도, 직장 내 피로를 느낄 때도 있고, 공동체 문제보다 개인의 사소한 욕망에 집중하지만..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사회는 그렇지 않아고 하는데 너무 사회에 무관심하여 사회 전반의 흐름과 동떨어진 것일까? 뉴스는 사회가 힘들다고 하는데 난 모르고 있고... 난 상위에 속하는 것일까? 부끄러워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키치일까?

혹은 자꾸만 지난날 내가 성취했던 것들을 떠올리고, 잘나갔던 자신의 모습에 취해 있는 것은 키치의 세계로 돌아간 것이라는데, 요즘의 나는 키치에 빠진 것인가? 요가를 하고, 책을 읽고, 헌혈을 시도하는 것이 과연 나를 채우기 위해 하는 것인지 혹은 태그를 달기 위해서 하는 것인지?(태그와 관련하여 학력을 자기 브랜드, 대학을 태그라 한 작가의 접근은 정말 신선하고 마음에 와 닿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아주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는 항변을 하고 싶어지는데? 이런 항변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키치에 빠진 스스로를 살짝이나마 인식한 것인지?

이 장은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세번째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뉴스에 관한 부분이었다. '철학이 있는 도시'에서도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는데 요즘 인문학에서 뉴스를 연결지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안했는데 나의 생각 범위를 넓혀준 내용이다. 특히 200쪽 뉴스의 일반화 전략에 대해 콕 짚어 설명해준 점이 참 시원했다. 뉴스야말로 요즘 분노사회, 불안사회를 만드는 데에 한 몫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역시 추천된 책인 '뉴스의 시대'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소소하게 생각해 본 구절들

32쪽 그땐 상황이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세월호를 생각하게 한 제목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이 부분을 읽고 있을 때가 모의고사가 진행중이었는데 밖에서 쿵 소리와 함께 2~3명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들은 모의고사를 풀었다.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움직이는 것이 지금은 당연한가 학생들은 안움직여도 나는 사태를 파악하고 조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급한 일이라면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을까? 등의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별일 아닌 것으로 지나갔고, 지나간 후에는 바로 괜히 호들갑 떨었다가 괜히 시험과 같은 것을 망치면 그것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답은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 위기감을 느껴야 내가 상황과 달리 움직일 수 있을지 자신없다.  

또한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 삼인성호 등 상황과 관련된 말들이 많이 떠올랐다. 나의 상황이라는 것이 내가 지배할 수 없는 경우를 일컬을 때도 있지 않나 하는 반박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결국은 이런 생각이 상황에 따라 나의 나약함, 비도덕을 용인하는 것이기에 악으로 연결될 수 있겠구나하고 돌아보았다.

79쪽 부양능력을 상실한 가장의 자살이 이타적 자살의 예로 제시되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장의 자살 또한 가족의 결속력으로 막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것은 이기적 자살과 공통점을 지니는 부분이 아닌가? 이기적 자살과 이타적 자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쉽게 생각하면 이기적 자살은 자신의 힘든 상황만 생각해서 자살하고, 이타적 자살은 다른 사람을 위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힘들어서 자살한 것이려나? 가장의 자살의 범주는 모르겠다.

168~169쪽 인적자원이란 용어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본이나 원료가 되었다는 의미라는 비판적 접근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정말 한 대 맞은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인적자원이라는 말을 쓰고 자신을 개발하고 도야한다는 느낌을 주려 했구나 싶어서 반성을 했다.

 

다르게 생각해 본 점 혹은 아쉬운 점

169쪽? 살기 위해 경제 활동을 시작했으나 경제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삶을 희생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나의 삶은 어떠한가 고민해보았다. 이 문제에는 시간 개념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현재 살기 위해 경제 활동을 시작했으나 미래를 위한 경제 활동을 위해 현재 삶을 희생하는 것이니까. 이것은 단순히 삶과 경제 활동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의 삶인가를 다루어야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177쪽 공동체주의의 필요성은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작가는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미 개인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일까 싶기도 했지만. 

272쪽 갈등이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아쉬웠다. 기본적으로 완전 낯선 용어는 없었지만 기능론을 비판하여 상징적 상호주의가 나온 것인지,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의 차이인지 조금 불분명했다.

 

쉽게 다양한 전문용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읽은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고, 기존 나의 사고를 나의 삶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으로 조금 넓힐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건강하게 혼자되기'를 실천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 나의 건강+옆사람의 건강->공동체의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