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 보통의 책은 읽고 나면 사랑에 대한 철학적 내용이었다는 기억만 남는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류의 남녀의 진한 사랑,안타까움, 애틋함 등은 기억이 안난다. 나의 독서 습관 탓인지, 작가가 애초에 이렇게 그려내 놓은 탓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특히나 더 그러하다.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자서전의 형식으로 상대에게 접근하여 많은 정보를 얻어 공감해보고자 하는 연애를 그려내고 있다. 초반에 읽을 때 여주인공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은 데다가 둘 사이의 연애에서 설렘이 진행되고,  어떻게 깊어져가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없어서 조금 흥미가 떨어졌다. 다행히 읽어갈수록 둘의 관계를 알 수 있게 되어서 조금 몰입이 되었고, 자서전을 쓰는 느낌으로 상대에 대해 더 정확히,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꽤 매력적이라고 느끼게까지 되었다. 딱히 연인이 아니더라도 부모님이나 주변의 친한 친구들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았고, 굳이 듣지 않아 모르는, 시간의 비어있는 틈들이 많이 있을 테니 말이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 조차 부모님께 물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빠의 과거, 엄마의 과거도 분명 실재했을 것인데 어떤 모습이었는지 사진을 본 적도, 들어본 기억도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공감하기 위해 현재 눈을 마주보고, 같은 시간을 보내며 지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고, 그 이야기 속에 과거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 보다, 사람을 대하는 새로운 방법을 소개받은 신선한 경험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