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비단이에요.

 

알고계셨나요?  이번 주는 입양의 주간이랍니다.

가정의 달 5월에 1가정이 1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로 5월 11일이 입양의 날로 지정된지 벌써 8년이 지났네요.  매년 5월 11일 입양의 날로부터 1주일간 입양의 주간이라고 해요.

 

여러분은 혹시 입양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그렇다면 오늘은 입양의 단호한 진실을 말하는 책, 【원초적 상처】를 같이 읽어보도록 해요.

 

 

 

브래즐턴이 언급한 신생아의 경험에는 자궁 속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유대도 포함된다. 이제 많은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유대감 형성은 출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궁에서 시작해 출생 후 유대감 형성기 내내 이어지는 육체적·심리적·정신적 연속체(Continuum)란 것을 이해한다. 그런데 만약 생물학적 어머니로부터 격리되면서 이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 중단될 경우,

포기와 상실의 경험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새겨진다. 나는 이것을 ‘원초적 상처’라고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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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상처】는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 머물러 있던 10개월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태어나면서 엄마와 분리되는 경험을 기억하고 원초적 상처로 간직하게 된다고 말하는 책이에요.  그 상처로 인해 입양아는 근원적인 상실을 가지고 일평생을 살아가게 된다는거죠.  많은 입양아들이 극한의 순간까지 양부모를 시험하고 자신을 시험하는 몸짓 역시 상실과 버림받음에 대한 표현이라고 설명합니다.

 

  

 

 

 

요즘은 아이는 언제 가질꺼냐고 함부로 물어보는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난임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죠.

 

저 역시 아이를 가지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치 않았고 지금도 기억남는 일화를 꼽자면 시아버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네요.

일흔이 넘으신 아버님께서 하나 데려오는것도 괜찮지... 라고 하셨을땐 신랑과 제가 오히려 깜짝 놀라 귀를 의심했었답니다.

 

물론 첫손주를 안으신 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당신께서 어떤 심정으로 입양을 말씀하셨을까 생각하니 새삼 아프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에 대해 낭만적 환상을 가지고 있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합니다.

 

입양이란 이타적인 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결과를 낳는 일이 아닌가, 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게죠.

 

물론 아직도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게 입양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원초적 상처】를 읽는 내내 절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한 마디에요.

우리들이 입양에 대해 편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아이들은 모를 것이라는 생각때문일꺼에요.

특히 태어나자마자 양부모의 손에 넘겨진 경우라면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과 진배 없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거지요.

 

하지만 불행히도 아이들은 그들이 알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즉 태어나자마자 친생모와 분리되는 경험은 무의식 중에 저장되어 그들의 인생을 쥐락펴락하는 열쇠가 되고 마는거죠.

 

같은 맥락으로 태어나면서 인큐베이터로 직행한 아이들 역시 친엄마의 품에 안긴다 하더라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해요.

어떤 형태로든 분리의 기억은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제가 아이를 낳았을 때 얼굴만 잠깐 보고 신생아실로 옮겨졌던 행위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뼈저리게 후회스럽더군요.

다양한 분만법과 가정분만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분만을 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이고 옳바른 일일꺼라 여겼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여지가 무서웠습니다.

 

 

 

 

 

 

 

어느 정도 자란 입양아들은 상실과 버림받은 고통을 두 가지 방법으로 표현한다고 해요.

양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면을 쓰든지 혹은 양부모의 사랑을 극한까지 몰아붙여 시험하는 행위로 나뉘어지는거죠.  작가는 이런 극과 극의 반응 중 오히려 상처를 표현하는 쪽이 더 건강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사실 입양아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늘 시험하려 들지요.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엄마가 날 사랑해 줄까? 만약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날 사랑해 준다면 진짜 사랑일꺼야."  뭐 이런 심리를 가지고 있는듯 말이에요.

 

하물며 한번 버림받은 아이들은 두번 버려질 이유가 없지 않냐며 더욱더 양부모의 사랑을 시험하려 드는거겠죠.

 

아이가 좋은 부모를 만나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사랑받고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입양이 이루어지지요.

하지만 아이를 포기한 친생모의 죄책감은 말로 해 무엇할 것이며 입양아들은 존재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기에 그 아픔을 애도할 시간과 지혜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양부모 역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는거죠.

 

입양이란 큰 그림을 살피지 못한다면 입양은 입양삼자에게 모두 죄책감만 남겨주는 일에 불과합니다.

 

이젠 입양을 둘러싸고 있는 낭만질을 거둬들여야겠어요.

 

 

 

 

입양이란 지양되어야 하는 걸까, 지향되어야 하는 걸까?

 

 

 

 

 

 

마음을 다해 사랑을 나눠주면 내 배로 낳은 자식과 진배없이 키울 수 있을꺼라는 믿음은 책을 반절도 있기 전에 와장창 깨어졌습니다.

 

친생모와 분리된 아이의 원초적 상처는 세포수준으로 세겨져 자신의 죽음으로 각인된다고 책에서 말하는데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국내입양과는 또 다른 문제로 해외입양의 경우 자신과 다른 인종의 아이들 틈에서 보내는 10대의 기억은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 될까요.  이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아동학대의 뉴스에게서 입양아들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아이는 친부모가 키우라고 말하는걸까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고 결국 최선의 대안은 다시 입양입니다.

작가는 입양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입양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엄마에게서 아이를 데려올때 우리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원초적 상처】는 입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기 위해 쓰여졌고 또한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게 위해 쓰여진 책이에요.  이 책은 입양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입양아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양부모들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책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아이를 입양한다는게 단순히 아이가 머물 방을 마련했다는 뜻이 아니라는걸 알려주며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부모될 각오가 되어 있는지를 묻는 책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절대 친생모의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그야말로 형언하기 조차 어려운 각오를 말이에요.

 

 

 

 

 

입양아들의 원초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원초적 상처】는 다양한 요령들을 일러주고 있지만 가장 근원적인 치유방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역시 재회입니다.  물론 이 역시 가히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만.

 

 

 

 

입양특례법, 논란의 중심 베이비박스

 

 【원초적 상처】에서 논하는 재회의 어려움과는 별개의 어려움으로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베이비박스가 떠오르더군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라는 교회 앞에 만들어진 베이비박스는 버려지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산소공급장치와 온풍장치까지 설치된 이 작은 상자로 영아 유기와 영아 보호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장소랍니다.

2009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2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곳에 버려졌는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8월 새 입양특례법이 발표된 이후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기때문이에요.

 

새로 발표된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는 입양아가 차후 자신의 뿌리찾기를 시도할 경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에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에요.  또한 아동매매나 인터넷 등을 통한 불법입양을 막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법안이기도 해요.

결국 【원초적 상처】에서 제시하는 재회라는 치유방법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도 입양특례법은 지지받아 마땅한 좋은 법안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베이비박스는 입양절차가 완료되면 가족관계증명서에 관련 기록이 삭제되며 익명을 요구할 경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익명을 보장해 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고 베이비박스에 아이들을 쉽게 유기하도록 조장한다는 비난과 불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것 같아요.  더군나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입양은 꿈도 못꾸고 보육원으로 보내지고 있는 형편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말처럼 출생신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아이라면 입양이 고려되지도 않겠지요.

또한 한해 버려지는 아이의 수는 8천명, 그 중 명 %의 아이들이 입양에 성공할꺼라고 생각하시나요?

입양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해결방안조차 없이 무조건 친생부모의 무지만을 탓할수는 없지 않을까요.

입양특례법이 발표된 이후 평균 입양률은 오히려 20%이상 감소하였고 또한 평균 1~2개월 정도 걸리는 입양절차 시간이 6개월 이상으로 늘었다고 하니 이건 좀 헷갈릴 정도네요.

 

베이비박스.

존재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뻔한 이 베이비박스에 대해 대체 뭐라고 해야할까요.

정말이지 국가가 해야할일을 개인이 대신하는 초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전 반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과 해당법률의 개정 및 홍보,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기 전까지 베이비박스가 유기될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방패로 남아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원초적 상처, 그리고 치유

 

 

 

 

 

식구.

입양아도 입양모도 아니고 전문 번역가도 아니지만 【원초적 상처】를 읽고 난 후 '식구'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입양가정들은 가족이 되려고 눈가리고 아웅할게 아니라 식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에요.

책의 저자 낸시 뉴턴 베리어처럼 입양모의 가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어줍잖긴 합니다.

 

입양인들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원초적 상처】는 입양부모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도 권하는 책인데요.  거기에 더해 만만히 읽기는 힘들지만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 역시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맥락에서는 조금 빗겨가긴 하지만 분리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엄마라면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이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것인가?"라는 저자의 물음에 자유로울 수 있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