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비단이에요.

 

필란드 국민동화로 알려져 있는 무민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전 애정하는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처음 무민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요.

아이들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권 한 권이 담고 있는 주제가 어쩜 그렇게 깊이가 있는지 깜짝 놀랐답니다.

 

혼자 마음속으로 찜뽕해둔 무민 시리즈의 신간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네요.

 

 

 

 

 

 

 

 

 

 

 

 

 

 

어느 날, 무민 아빠는 무민 골짜기를 산책하다가 주인이 없는 빨간 자동차를 발견했어요.

제가 보기에는 이곳 저곳 낡은 곳이 많은 자동차인데 무민 아빠의 눈에는 멋지게 보였나봐요.

 

확실히 여자랑 남자의 눈은 다른가보네요 ㅎ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그 자리에 서 있는 자동차를 보며 무민 아빠는 호기심에 슬그머니 올라탔답니다.

그때 필리용크 아주머니가 호들갑을 떨며 태워달라고 다짜고짜 옆자리에 올라탔어요.

무민 아빠의 말은 듣지도 않고 이웃끼리 한번 태워 주지도 않을꺼냐는 다그침에 무민 아빠는 운전을 시작했답니다.

 

음...  필리용크 아주머니의 모습이 참 낯설지가 않네요.

오지랖이 넓기로는 한강물도 모자랄 우리나라 아주머니들 모습과 겹쳐지는건 왜 그럴까요.

적으면서도 참 웃프네요...

 

 

 

 

 

 

 

우쭐해서 소리치던 무민 아빠가 모는 자동차는 앞으로 나아가는가 싶더니 같은 자리만 빙빙 도는군요.

필리용크 아주머니는 못마땅한듯 얼굴을 찌푸렸지만 무민 아빠는 꼭 회전목마를 타는 것 같다며 신이 나서 외친답니다.

 

제일 첫 장면에서 자동차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 잠깐 머뭇거렸던 무민 아빠... 초보 운전? 장농 면허?

 

 

 

 

 

 

 

필리용크 아주머니의 별스럽지도 않은 대사가 어쩐지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더군요.

항상 재미있게 지낸다는게 참 어려운 일인데 무민 가족은 어떤 마법의 힘으로 늘 재밌고 의미있는 나날들을 보내는걸까요.

무민들만큼 순수하면 그렇게 지낼 수 있는건가 잠깐 딴 생각을 해봐요.

 

그 와중에 자동차를 멈추는 방법을 몰라 필리용크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는 무민 아빠를 어쩌면 좋을까요 ㅎ

 

어쨌든 무민 아빠는 혼자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향샜어요.

난데없는 자동차의 등장에 무민 가족은 모두 깜짝 놀라지만 이내 소풍을 떠나기로 결정을 내린답니다.

 

 

 

 

 

 

 

 

어디로 소풍을 갈지, 어떤 음식을 싸 갈지, 누가 앞자리에 앉을 것인지를 두고 서로 생각이 달라 진땀을 빼는 장면은

여행 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라 웃음이 절로 납니다.

 

특히 아이들은 자동차 앞자리에 대한 로망이 있죠 ㅎ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놓치지 않고 표현해낸 작가의 센스가 대단해요.

29개월인 저희 아드님만 해도 벌써부터 조수석을 노리며 매번 자동차에 오르실때마다 한바탕 눈물콧물 범박이 되곤해요.

개인적으로는 차멀미가 있는 스니프가 앞자리에 앉았으면 했지만 바구니를 놓아야 한다는 엄마의 한마디로 게임오버~

역시 엄마의 말이 법이에요 :D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이내 자동차는 쿠르륵 큭, 소리를 내더니 멈춰 서 버렸어요.

자동차가 고장이 났나봐, 하고 아드님께 읽어줬더니 너무 너무 가슴 아파하셔서 저 혼자 빵터져버린 장면이에요.

 

 

갑자기 건망증이 심한 헤물렌 씨가 나타나 고개를 갸우뚱 거리네요.

자동차를 타고 나가 점심을 먹고는 그만 자동차를 깜박하고 걸어서 집에 돌아갔다는군요.

다행이 자동차는 핸들 옆을 쓰다듬어 주면(?) 다시 시동이 걸린다는 설명이에요.

 

대체 무민 가족은 소풍을 떠날 수 있을까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예로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전설 속의 동물 무민은

하얀 하마처럼 생긴 외양과는 달리 뜻밖에도 정체가 트롤이라고 하네요.

하얗고 하마처럼 생긴 트롤이라니 ㅎ

 

『무민과 아빠의 첫 운전』은 무민 시리즈의 11번째 이야기로 현재 12권까지 출간되어 있어요.

작가인 토베 얀손은 1934년부터 무민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해 26년에 걸쳐 8권의 동화를 집필했다고 하는군요.

그녀는 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과 핀란드 최고 훈장을 받았답니다.

무민 시리즈는 이렇게 멋진 캐릭터를 놓칠리가 없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고 해요.

또한 핀란드에는 무민을 소재로 한 테마 유원지인 '무민 월드'도 있다고 합니다.

 

엄청나지요?

 

무민을 처음 접한지라 2001년도에 영면한 작가의 작품이 왜 신간으로 나오는지 의아했는데요.

곰곰히 읽어보고 읽어보니 토베 얀손은 8권의 동화책을 집필했고 그것을 토대로 그림책이 나오고 있는거더군요.

참고로 토베 얀손의 원화를 바탕으로 책의 그림은 투오마스 매켈래와 필립 묘드라는 작가가 그렸다네요.

책 정보가 표기된 작은 글자를 정독하고 깨달은 사실입니다 ㅋ

 

어쩐지 무민 시리즈가 하나 하나 철학적이기까지 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처음이라는 말은 언제나 설레고 날카롭지요.

 

비록 무민 아빠의 첫 운전이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헤물렌씨는 자동차를 찾을 수 있었듯이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지레 포기하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것들이겠죠.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 걱정을 가질 수 밖에 없을꺼에요.

 

하지만 아빠도 첫 도전은 떨리는 일이라는 것을,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닫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첫 도전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흠... 아빠의 권위가 떨어지지는 않겠죠? ㅋ

 

 

 

29개월 저희 아드님은 일단 빨간 자동차가 등장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무척 즐겁답니다.

등장인물이 나열되어 있는 페이지는 매번 같이 세어보자고 조르시죠.

최근 말하는 펜을 접하시고는 손가락으로 짚으면 다 말이 나오는줄 아시는 아드님이세요.

 

이 작은 아이는 앞으로 자라가면서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게 될까요.

그때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줄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 『무민과 아빠의 첫 운전』이었습니다.

 

그럼 다들 아이와 함께 즐거운 책읽기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