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철학이 있는 동화.

인생의 무게와 향취를 지닌 동화.

왜 많은 작가들이 입을 모아 이 작품을 ‘걸작’이라 칭했는지 알 것 같다.

 

그래.

이 책은 동화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을 만큼 쉽고 가볍다.

하지만 깊은 사색과 Reflection이 필요하다.

 

일생을 바다에서 사는 연어에게서 강물 냄새가 난다는 작가의 표현은, 그의 시작과 끝이 강이기 때문임을 많은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막.연.히.

그 강물 냄새를 지니기 위해 연어의 삶은 참 많이도 노곤하다.

 

은빛 연어는 강물에게 바다는 너무 위험하고 너무 무서운 곳이라고 얘기한다.

 

우리네 사는 세상은 마치 은빛 연어가 묘사한 바다와 같다.

늘 약육강식의 살벌함 속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살아야만 하는,

문득 일어나는 -소위 쓸데없는- 감성에 잠시 젖어있다가는 그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하지만 그 안에도 희생의 사랑은 존재한다.

은빛 연어 대신 물수리의 먹이가 된 누나 연어,

불곰의 공격에서 대신 상처를 입은 눈 맑은 연어...

그들은 은빛 연어가 참 강물 내음을 지닌 ‘의미 있는’ 연어가 되도록 기꺼이 디딤돌이 되어준다.

우리의 더불어 공존하는 삶은 우리의 처음과 결국. 즉 우리의 본향을 향한 과정일 뿐임을 이 얇은 책을 통해 다시금 묵상하게 된다.

과연 나는 본향의 향기를 지니고 사는가?

내게서 하늘 시민권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가?

 

나들목 가족들로 구성된 극단의 이름은 “하늘 연어”이다.

참 예쁘다.  고된 이 세상의 삶을 살아내고 결국 하늘을 향해 그 험한 여정을 묵묵히 견뎌낼 하늘 연어.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결국 돌아갈 곳이 있기에,

그래서 우리 모두는 이 험난한 삶을 견뎌내고, 서로를 돌아보아야 할 이유가 있음을 얘기한다.

 

참다운 인생에 대한 고찰은 마치 33년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참 하늘 내음을 지니고 살았던 예수 그리스도의 인생과 그의 가르침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난 다시 나의 정체성을 새롭게 한다.

그리고 많이 노곤할지라도 결국 참된 연어로서의 삶을 선택한 은빛 연어처럼, 하늘 내음을 지닌 하늘 연어로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구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빌 3:20) 표준새번역

연어, 안도현,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