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와 단절될 수 없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현재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번째 기회란 없다’고도 하며, ‘인생의 평판이 일찌감치 돌에 굳건히 새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HOW』의 저자 더브 사이드먼(Dov Seidman)은 “상호이익과 믿음을 바탕으로 진실성과 신뢰를 쌓아 평판을 이룬다”고 말한다. 그가 말한 평판이란 ‘당신의 ‘HOW’를 모두 합한 값’이다. ‘HOW’란 경기장의 파도타기를 가능하게 하며,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 꽂으면 실행된다는 뜻으로 컴퓨터 실행 중 주변장치를 부착해도 별다른 설정 없이 작동하는 상태를 말함) 상태를 이룬다.

 더브 사이드먼은 ‘HOW’를 문화에 녹아있는 것이며, 일종의 여정으로 간주한다. 그는 ‘HOW’에 이르기 위한 두문자합성어로 ‘TRIP(Trust+Risk+Innovation+Progress)’을 제시했다. 달리 표현하면 투명성(Transparency), 평판(Reputation), 본능(Instinct), 영속적 번영(Prosperity)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문화의 유형이 ‘무정부상태’에서 ‘맹목적 순종’을 지나 ‘정보에 근거한 묵인’을 거쳐 ‘자율적 운영’에 이른다고 보는 저자는 지식, 행위, 관계, 인지, 추구의 ‘HOW’가 문화의 특질을 결정한다고 여긴다. 인간행위의 넓은 영역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HOW’는 상품처럼 간단히 베껴낼 수 없는 고유한 자산이 된다. ‘생존’을 위한 규율준수보다는 ‘번영’을 위한 자율적 운영이 보다 높은 효율을 거두는 것은 당연하다. 『HOW』는 리더십의 속성을 분석한 ‘리더십 프레임워크(Leadership Framework)’ 개념소개로 끝맺는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HOW’와 ‘How to’에 차이를 알지 못했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게 됐다. 투명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가치에 기반한 일관성이 필요하다. 나를 나답게 하며, 내가 속한 공동체(가족, 기업, 사회단체)를 공동체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Can’을 내세우면 피해나갈 구멍을 찾는다는 해석이 이색적이었다. 규제로 접근하면 새로운 규율을 계속 만들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HOW’에 대한 해석, ‘TRIP’이란 개념 제시, 문화의 유형 단계와 리더십 프레임워크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개인부터 단체, 심지어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내 것으로 만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일화 중 커피와 도넛을 파는 랠프, GE 더럼공장, Seawell의 작업분위기에 대한 내용이 무척 인상깊었다.

 370페이지가 넘고 좌우여백이 적어 내용이 많은 편이었는데, 읽는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내용이 많은 점이 아쉬웠다. 좀 더 압축해서 썼더라면 전달이 보다 잘 이루어졌을 텐데... 더브 사이드먼은 철학, 법학, 정치학, 경제학 등에서는 전문가일지 몰라도 시냅스에 대한 개념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 듯 보였다. 시냅스(Synapse)는  한 뉴런의 축색돌기 말단과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사이의 연접 부위를 말한다. 시냅스는 신경계의 단위가 이어지는 부분을 일컫는 것인데, 저자는 ‘틈새’와 ‘공간’의 개념으로 소개했다(p.39~40). 또한 감사의 말에 작가가 언급한대로라면 본문의 푸른 글씨는 편집단계에서 적용됐는데, 개인적으로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과 일치하기도 했고 엉뚱한 부분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푸른 글씨 탓에 남이 읽고 줄쳐 놓은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번역이 아주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원문을 보지 못했으니, 원래 문체가 그랬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덜 연결되던’은 ‘느슨하던’으로, ‘한 범퍼에서 다른 범퍼까지’는 ‘앞 범퍼에서 뒤 범퍼까지’나 ‘차 전체’로 풀이하는 게 보다 매끄러웠을 것이다. 영문을 직역해놓은 듯한 문장이 제법 보였다. 초판인 탓에 편집과 교정, 인쇄상태가 다소 미비했다. 생물학적 성공이 없었더라면(p.106, 조사생략), 일률과세 지지자들은(p.112, ‘지’자 빠짐), 그 언덕은(p.117, ‘덕’자 빠짐) 등 다수의 오·탈자가 눈에 띄었다. 작은 따옴표가 호응되지 않거나(‘HOW’ 대신 ‘How'로 표시됨), 괄호나 따옴표가 들어가야 할 부분에 ?가 표시된 부분도 많았다. 페이지마다 인쇄상태의 진하고 흐림이 심하게 차이나는 점도 무척 아쉬웠다. 작은 차이가 ‘초일류’와 ‘이·삼류’를 가르는 세상이고, 더군다나 ‘HOW’에 대해 말하는 책 아닌가?

 

더그사이드먼, TRIP, 자율적운영, 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