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는 스티븐 킹의 창작론이다. 원제보다 번역판의 제목이 더 강렬하지만, 책 속에 실린 내용은 원제를 더 닮았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잘 풀어썼고, 소박하고 간결한 느낌을 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누구나 잘 알고 꼭 읽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정작 곰곰이 따져보면 요약본이 아닌 원본을 읽은 책은 그다지 많지 않은 ‘고전명작’처럼 스티븐 킹의 책들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래도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캐리>부터 <미저리>, <샤이닝>, <그린마일>, <쇼생크탈출>, <1408> 등 그의 소설 상당수가 영화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말, 이력서, 글쓰기, 연장통, 창작론과 인생론으로 이어지는 스티븐 킹의 창작론은 그의 삶을 담고 있다. 영화로 접한 그의 작품들을 빼고는 사전정보랄 게 거의 없었던 탓에 작가가 살아온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크고 작은 인생 경험, 세상을 대하는 방식, 주변의 사람들 등 작가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글을 쓰는 원천이 됨을 전하려는 것이었을까?

 한 권의 책에는 한 편의 머리말이 실리는 것이 보통인데, 『유혹하는 글쓰기』에는 세 편의 머리말이 실렸다. 시작부터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작가의 순발력과 재치가 느껴졌다. ‘글쓰기는 독자와 정신적인 만남’이라고 여기는 스티븐 킹은 글을 쓰기 위한 저마다의 ‘연장통’을 강조했다. 낱말과 문법이 갖춰진 연장통을 활용해 글의 장단과 일관된 의미를 전달하는 문단 단위 글쓰기를 권했다. 수동태, 과도한 부사 사용 및 관용적인 표현을 피할 것도 요구했다. 수동태 등은 원래는 영어표현에만 해당되겠지만, 번역물이 늘어나고 영어를 배운 이들이 늘어나면서 우리에게도 아주 낯선 표현은 아니다. 슬프게도.

 창작론에서 스티븐 킹은 잘 아는 것에 대해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했다. 갖가지 유혹과 차단된 곳에서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쓰는 것 자체를 즐겨야 한다. 미리 짜놓은 ‘플롯’보다는 상황이 이끌어가는 자연스런 전개를 통해 이야기가 만들어진단다. 소설 구성은 서술, 묘사, 대화로 이뤄지는데, 등장인물에 대한 세세한 묘사보다는 장소와 분위기를 잘 그려내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권했다. 대화는 시적인 느낌을 주도록 써야 한다던데,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말하는 모양이다. 글을 수정할 때는 주제와 상징을 고려해 고쳐나가야 일관성을 얻을 수 있다.

 세계적인 작가도 출판사에서 거절받을 때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해리포터』시리즈의 조앤 롤링의 일화가 널리 알려졌는데도 그런 상황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너무나 유명한 이들도 나처럼 꿈을 꾸고 글을 쓴다는 게.

 요즘은 가끔 머리 속에서 이야기의 실마리가 엉기기 시작할 때가 있다. 나일론 원사를 뽑아낼 때처럼 끊기지 않게 잘 감아올릴 자신이 아직은 없어 주저하고 있지만, 너무 늦기 전에 시작하려고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할 만큼 글을 잘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머릿속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자잘한 소품들을 적어 올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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