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 당신이 몰랐던 서울의 가볼만한 곳 100(이하 서울 100)』은 매우 긴 이름의 제목을 가진 아주 두꺼운 책이다. 1000페이지에 조금 못 미치는 벽돌만한 책은 박상준의 글과 허희재의 사진으로 꾸며졌다. 서울시민으로 지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수도권을 벗어나 생활한 적이 없던 터라 서울은 ‘친척’ 혹은 ‘이웃’ 정도로 친숙하다. 인구의 상당수가 오밀조밀 모여 사는 서울은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공간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서울 100』에는 서울의 숨은 명소가 실렸다. ‘시간의 향기’가 배어있고 ‘예술과 낭만’이 펼쳐지며 ‘초록빛 바람’ 속에 자연과 벗하며 ‘감각적으로’ 물건을 살 수 있고 특별한 맛으로 ‘사치를 누리는 입’도 가능하다. 바로 서울에서.

 내가 가본 곳은 열 손가락을 채우지 못했다. 가보고 싶었지만 아직 못 가본 곳도 있었고, 이런 곳도 있구나 하면서 새롭게 목록에 올린 곳도 있었다. 100 곳을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겠지만, 읽다보니 어딘가 겹치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안양예술공원, 분당 율동공원 책 테마파크, 예술마을 헤이리 등 일부 장소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서울이 아닌 곳도 존재했다. 다른 곳으로 대체할 수는 없었을까, 굳이 끼워 넣은 의도가 있었을까 궁금했다.

 장소마다 끝 부분에 교통 및 홈페이지 등 관련사항이 실렸지만, 지리에 밝지 못한 탓에 애매했다. 그림지도 등이 실렸다면 좋았을 텐데... 테마별 추천경로도 소개됐지만, 명확하게 다가오질 않았다. 매번 그림지도를 싣는 것은 작업량이 많다면, 책 후반부에 부록처럼 권역별로 나누어 그림지도가 첨부되었다면 활용도가 높았을 것이다.

 아트리움(atrium, 중정의 한 형태로 주위가 건물로 둘러싸인 공간구조), 코르텐 강(Corten Steel, 내후성 강. 약 5년에 걸쳐 일정량으로 부식되는 외피가 스스로 피막을 형성해 영구적으로 재료의 강성을 지속시킴), 트리포리움(triforium, 지붕 공간에서 채광과 환기의 역할을 한 로마네스크 시대 교회 설계 양식 중 하나) 등 전문적인 건축 용어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 본문에 실렸다. 꼭 알아야 하는 단어는 아니었지만, 나처럼 궁금해 할 사람을 위해서 주석을 달아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산모퉁이’ 편에서 ‘경운조월(耕雲釣月)’은 자연친화적인 유유자적한 삶을 표현한 것인데, 이 부분을 해석할 때 실수가 있었던 듯했다. ‘흥망성쇠’, ‘제빵’ 등 단어 몇 개에 오타도 발견됐고, 소마미술관 조각마당 편에서 ‘올림픽_화합’ 작품만 2번 실렸다. 물론 큰 실수는 아니며, 1000 페이지 가까운 책에서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가격이 그다지 싸지 않음을 생각할 때 안타깝다. 어쩌면 개별 정보의 가치 총합보다 통합 정보의 전체가치가 낮게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서울 100』을 통해 새로운 서울과 만나고 또 다른 추억을 더해가긴 하겠지만.

 사진 또는 그림과 글을 엮어 만든 책은 내가 시도해보고 싶은 장르다. 긴 글에 대한 부담감은 줄이고, 관심분야의 것들을 모아 들려줄 수 있으며, 글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사진과 그림에서 약간은 보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그림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잠깐 찍어본 아니 발을 담그려했다가 뺀 정도인 사진조차도 그 갈 길이 참 멀어서 언제쯤 이뤄질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다. ‘언젠가는’이란 말에는 그렇게 희망과 꿈과 기대와 함께 게으름과 아쉬움도 녹아 있다.

 

서울, 매력,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