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매년 후속작을 기다리게 만드는 감독 허진호,
그의 다섯번째 영화가 드디어 개봉했다하여 마음을 졸였다.
과연 그가 그리는 다섯번째 사랑이야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추억을 되새김질하다

몇년만인진 모르겠으나,
그들의 우연한 재회는 과거 사랑을 경험했을 많은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꿈꾸어봄직했을 설정이었다.
그들이 옛추억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른 기억’,
기억은 당시 감정과 현재의 경험들이 버무러져
나에게 최대 미화되기 마련이다.
또, 추억은 그 되새김질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동요시켜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법같은 ’주문’이다.
메이와 동하가 그리는 추억의 되새김질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 그들이 느끼는 ’설레임’을 부추긴다.
둘의 재회에서 데이트를 하며 느끼는 소소한 감정의 변화들을 보며, 나의 ’연애시대’를 떠올려보았다.
사랑을 경험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그들의 감정의 변화에 동감하며 미소 지었을 것이다.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가 호우시절이라 했던가,

그들의 호우시절은 20대 풋풋하지만 설익었던 대학시절의 추억이었을까,
그 추억을 바탕으로 성숙해진 30대 현재의 모습일까.
먼 이국땅에서의 옛사랑과의 재회는 어쩌면 ’작은일탈’이었을지 모른다.
메이에게는 과거의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을테고,
동하에게 또한 남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시인을 꿈꾸던 20대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을게다.
20대의 청춘이라는 시간은 굳이 미화시키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쓰촨성 지진 이야기가 영화 전반부부터 흘러나오며,
메이가 가진 쓸쓸함의 정체에 대해 대충은 짐작을 했다.
과거를 ’추억’하며 그들에게 있었을 공백의 시간을 굳이 무시하진 못했을거라고.


사랑은 ’타이밍’이다

몇번의 사랑과 몇번의 이별을 하며 적절한 나이에 누군가와 결혼을 한다.
그 누군가는 내가 했던 몇번의 사랑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타이밍’에 맞는 ’적절한’ 사람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나간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니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때의 사랑 또한 나의  ’호우시절’일테고,
지금 하고 있는 사랑 또한 현재의 또다른 ’호우시절’일테니 말이다.

 

정우성

영화를 보기전부터 참 궁금했다. 정우성의 일상성이란 과연 어떨런지..
언론에선 그가 영수증을 위조하는 모습 등을 많이 언급했었지만, 
나에게 정우성은 영화 내내 몇벌되지 않은 수트를 입고도, 모델포스가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내주위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간지를 가진 일상적일래야 일상적일 수 없는 그대로의 ’정우성’이였다. ^_^

고원원

’허진호의 그녀들’의 일원이 된 중국배우 고원원!
영화개봉전 언론에 공개된 그녀의 사진을 보며 탄성이 나왔다.
큰 눈망울과 선한 입매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중국미녀보단 약간 일본미녀삘이 나기도하고,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이목구비의 인상이다^^

 

 

 

아픈 기억을 꿋꿋히 견디고 있는 메이에가 다가온 동하 또한,
그러한 또다른 ’호우시절’이 아닐까.
연애쟁이 허진호 감독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사랑에 대한 생각이 변해감을 느꼈다.
항상 후회하고, 간직하고, 떠나가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 이젠 차츰 세상과 화해하려한단 느낌을 받았다.
새롭게 시작되는 이 두 사람의 사랑처럼,
허감독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정의가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