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 거리는 가깝지만 마음으로 헤아릴 수 있는 거리는 수천 아니 수만 킬로미터쯤 떨어진 것 같이 느껴지는 나라.. 솔직히 일본하면 왠지 거부감이 생기는 건, 내가 한국인이여서일까?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 탄압받던 많은 조상들의 희생으로 나라를 가까스로 되찾은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일본과의 적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일본 음식을 좋아한다. 마음에서는 적개심이 들면서도 내 세치 혀끝은 일본 음식을 갈구 하고 있으니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단 말이다.  

‘빨간 벽돌창고와 노란전차,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라는 제목이 나의 시선을 끈다. 일본의 여행코스를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오래된 가옥들과 건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봐왔던 터라 더욱더 궁금증이 생겼다.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라...책 내용이 너무 궁금해졌다.

책의 저자 강동진님은 30여회의 일본 여행에서 장소와 목적은 달랐지만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가치를 매기지 않는 것, 우리는 중요시 하지 않는 것들을 소중하게 지키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일본의 구석구석 여행 가이드 책 같은 느낌도 들고, 산업유산을 지키고 유지하며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놀라기도 하였다. 고집스럽게 지킨 산업유산들이 일본의 지방 도시들을 발전시키는 것에 대단한 공을 세운 것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의 수고를 생각한다면 좋은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 책에 소개된 일본의 지방도시들은 나름의 꿈을 가지고, 버려진 것들과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재활용하고 다시 회복하여 산업유산을 지키고 그 안에서 이윤을 창출해내는 적극적인 도시들이다. 방적공장이 지역의 향수가 가득한 아름다운 호텔로 리모델링 되어 일본의 신혼부부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하는 호텔로 손꼽히고, 일본여행을 다녀온 친구는 나에게 알려진 세계의 휴양지보다 더 멋진 곳이라고 얘기 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내가 그동안 일본이라는 나라를 너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책을 보자니 일본이라는 나라가 내심 부럽다. 고집스럽게 산업유산을 지키고 가꾸고 유지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랑은 참으로 상반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사진과 내용을 보면서 일본의 여러 가지 모습을 느껴본다. 작고 소박한 모습, 정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오로지 한길만 가는 장인의 모습들이 엿보인다. 내가 20살때인가 가슴 시리게 본 러브레터 라는 영화도 잠시 만나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책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일본은 지진으로 인하여 가라앉고 있기에 기존의 건물을 없애고 새로운 건물을 짓기에는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한 끝에 산업유산으로 발전시킨 것이 아닐까? 라는 엉뚱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