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소설을 가장한 철학 책인 듯해서 마음에 쏙 든 김민준의 쓸모 없는 하소연이다.

인생 전반에 관하여... 관계에 관하여... 전체적으로 마치 우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라 의외였던 책이다.

책이 너무 늦게 도착을 하였고... 몇 번을 걸쳐 우편함을 뒤적인 끝에 어렵사리 발견을 한 탓에...

처음 페이지를 넘기면서 기분이 별로(기대치가 거의 제로...)였다가 그만 책 속으로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몰입해서 읽다가 어라? 저자가 김민준이야? 했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그랬나...?

저자의 이름이 너무 조그맣게 인쇄가 되어 있었다. (프로젝트A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군... ^^*)

각설하고... 표지의 화분과 여자...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마틸다... 였다. 영화 레옹에서의...

왜 하필 소설의 제목이 쓸모 없는... 게다가 하소연이었을까를 의아해했다. 좀 느낌이 별로였기에...

거기에 더하여 왜 그 바쁜 와중에도 마틸다와 레옹은 죽자 사자 화분을 끌어안고 다닐까도 궁금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하소연이 기르는 식물이 바로 레옹에 등장하는 그 관엽식물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남을 배려하면서도 오히려 미움을 받는 외로운 여자 하소연은 밤이면 어린 아글라오네마에게 하소연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당당하게 사랑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여린 심성을 가진 여자다.

그래서 상처받아 아파하고 외로움에 혼자 우는 여자다. 그녀의 말 상대는 오직 어린 아글라오네마 뿐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하소연이 아니다. 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 속의 아글라오네마다.

스스로를 쓸모가 없다 여기는 하소연과 식물임에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아글라오네마는 어딘가 닮아있다.

하소연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말이 닿지를 못하기에 그저 지켜만 보며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아글라오네마.

외로움에 사랑과 관심을 목말라 하는 하소연... 아글라오네마 역시 하소연이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죽는 존재다.

두 종이 다른 외로운 존재들이 한 공간에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응원을 하며 그렇게 의지하며 산다.

김민준의 쓸모 없는 하소연은 삶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글들이 줄줄이다. 줄줄이 사탕... 아시려나...?

그래서 책의 제목만 보고서... 더더욱 책을 찾느라 고생을 한 탓에... 더 덕분에 서둘러 읽느라고 욱한 김에...

속된 말로 시부저기(별것 아닌, 대수롭잖은...) 여기며 책장을 넘기다 7년 가뭄 풀어준 단비 같은 책임을 알게 됐다.

어린 아그라오네마의 눈을 통하여... 하소연의 하소연을 통하여... 500년 된 플라타너스 나무를 통하여...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외롭지 않으려면 먼저 어떻게 해야 한다를 새삼스레 느끼며...

그동안 읽어 꽤 알고 있는 좋은 말이란 좋은 말은 다 생각이 나면서 점점 소설에 빠져들고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사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쓸모 없는 하소연은 소설을 가장한 철학 책이라고 앞서 이야기를 했듯... 페이지 페이지마다 교훈적인 글이 있다.

구태여 골머리 아프게 딱딱한 책을 찾아서 읽지 않아도 우화를 찾아서 읽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내용이었다.

뭐... 그렇다고 소설이 소설 답지 않은 것은 아니고 기승전결... 갖출 구색은 다 갖추고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자존감을 잃어가는 현대인을 위한 따뜻한 이야기라는 책 소개의 글처럼... 긍정의 힘을 주는 그런 책이다.

힘들어하는 하소연을 위하여 꽃을 피우려는 아글라오네마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게 되는 하소연을 통하여...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외로움이 어떻게 사람을 망가지게 하는가도 생각하게 한다.

영화 레옹에서의 마틸다와 레옹이 아글라오네마 화분을 악착같이 챙기는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며...

은근히... 아니 굉장히 즐겁게 잘 읽은 김민준의 쓸모 없는 하소연이다. 잘 만들어진 동화 한 편을 읽은 듯하다. ^^*

영화 레옹에서의 한 장면... 마틸다와 아글라오네마 화분.

이 책에 등장하는 식물이다.

표지의 그림이 마틸다와 아글라오네마를 연상하는 것은 내 기분 탓인가?